[제조업체 '위기의 계절'] 주가차별화 외국에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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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주가차별화는 세계적인 추세지만 한국처럼 심한 경우는 드물다. 4대 그룹을 제외한 거래소 상장업체 관계자들은 "시가총액이 많은 삼성전자.SK텔레콤 등 주가가 오른 종목을 빼면 실제 체감지수는 외환위기 때보다 낮은 종합주가지수 2백80선" 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본의 경우 소프트뱅크나 히카리통신 등 첨단 벤처업체의 주가지수가 급등하는 속에서도 도요타자동차.신일본제철 등 기간산업의 주가도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21세기에 대비해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면서도 일본경제를 떠받쳐온 제조업에 대한 중장기적인 정책을 포기한 적은 없다.

미국도 나스닥이 급등하지만 다우지수 역시 1만포인트를 강력한 지지선으로 삼아 제조업종 주가가 탄탄하게 움직이고 있다.

독일은 만네스만 등 정보통신주가 시장을 주도하지만 벤츠를 비롯한 전통적인 제조업체도 활발한 전략적 제휴를 통해 주가가 높다.

그러나 한국 증시의 '제조업 왕따현상' 은 상장업체들이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적지 않다. 윤문노 대우경제연구소 대표는 "외국의 경우 디지털이나 전자상거래가 벤처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다" 며 "국내 제조업체도 코스닥 열풍을 탓하기에 앞서 변신을 먼저 시도해야 한다" 며 경영 투명성 제고와 주주중시 경영을 주문했다.

LG경제연구원의 오문석 실장도 "한국 제조업체들이 외환위기 극복 이후 매출.순이익의 증가를 가져왔으나 향후 성장 가능성에 대한 비전을 주주들에게 확신시키지 못했다" 며 "제조업체들이 정보화 시대에 걸맞은 성장전망을 내놓아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다" 고 지적했다.

참여연대의 장하성 교수(고려대)는 "한국 증시가 개방되고 외국인 투자자의 비중이 커진데서 비롯된 상황" 이라며 "오너든 전문경영인 체제든 회사경영 자체가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지 않는 한 자본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기를 기대하는 시대는 지났다" 고 지적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빠른 주가 양극화가 산업 전반에 주름살을 끼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전경련의 손경숙 금융담당 연구원은 "외환위기에서 살아남은 제조업체들이 바뀐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신산업으로 한창 전환을 준비중인 시기에 자금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 산업구조 조정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고 우려했다.

이용택.김시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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