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맛집' ⑧ 대통령만 5명! "입맛은 내가 영부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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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전 대통령님은 돼지고기 요리를 좋아하지 않으세요. 비지나 두부를 좋아하시죠. 노무현 전 대통령님은 간장게장을 좋아하시고, 전두환 전 대통령은 한약재를 넣은 것을 싫어하시고요. 이명박 대통령님도 두부와 간장게장을 좋아하시죠.” 서연자 대표(60)에게 대통령은 결코 낯선 사람이 아니다. 누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간은 어느 정도를 해야 하는지 역대 대통령들의 입맛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부터 이명박 대통령까지 여러 명의 대통령을 단골로 모셨다. 소박한 두부요리를 시작으로 대통령을 사로잡은 비결은 무엇일까?

청와대 경호실 “짜지 않게 해달라” 직접 주문

“청와대 경호실과 비서실 분들이 저희 집 단골이세요. 그분들이 대통령들을 모셔 오곤 하셨죠.” 여러 분의 대통령을 모신 비결치곤 다소 허무한 대답이었다. 입고 있는 단아한 검은 한복만큼이나 겸손한 답변이었다. 그러나 검은 한복 사이사이에 수놓아진 화려한 꽃무늬처럼 ‘옛날민속집’만의 비결은 있었다. 이곳의 주 메뉴는 두부, 전, 보쌈 등의 토속음식. 화려하진 않지만 재료 본연의 맛이 충실해야 한다. “콩은 강원도 평창에서 계약 재배한 것만 사용하죠. 고기도 그렇고요. 음식은 재료가 좋아야 맛이 있어요.” 대통령들이 방문하기 전 비서실과 경호실의 사전점검. “미리 오셔서 주방도 보시고 음식도 맛보고 하시더라고요. 전두환, 김영삼 전 대통령님의 경우는 짜지 않고 좀 심심하게 해달라고 하셨고, 조미료도 사용하지 말라고 하셨었죠.”

김영삼 전 대통령만의 특별메뉴가 있다?
“1994년에 김영삼 전 대통령님이 처음 방문하셨어요. 퇴임 후에도 자주 오셨었죠. 본래 돼지고기를 안 드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희 집 보쌈은 한약재를 사용해 누린내가 나지 않는다고 권해드렸어요. 한번 드시더니 맛있다고 아주 좋아하셨어요.” ‘옛날민속집’엔 김영삼 전 대통령을 사로잡은 특별한 음식이 있다. 그것은 바로 ‘갈치조림’. “입이 좀 짧으시더라고요. 색다른 반찬을 찾으셔서 ‘갈치조림’을 한번 해드렸어요. 그 후로 오실 때마다 찾으시더라고요.”, “고 노무현 대통령께선 비지찌개하고 간장게장을 참 좋아하셨죠. 다른 분들과 달리 늘 가족들이나 친한 분들과 조용히 오셨어요. 가끔씩 사람을 보내 포장을 해가시기도 했죠. 이명박 대통령께서도 서울시장 시절 자주 방문하셨어요. 지금은 포장을 애용하시지만요.”

직접 담근 매실청과 된장이 '보배'

“친정아버님께서 일본에서 두부공장을 운영하셨어요.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계셨죠.” 태어나면서부터 두부와 깊은 인연을 가진 서연자 대표. 1989년 서울 종로구 구기동에서 첫 장사를 시작해 지금까지 새벽마다 두부를 만들고 있다. “모든 음식은 제가 다 관리를 해야죠. 새벽 콩 가는 일부터 두부를 만들고 찌개 준비하고. 주인이 일일이 챙기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어요.” ‘민속집’의 비지찌개는 콩을 갈고 남은 찌꺼기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따로 콩을 갈아 만든다. “고소함을 느끼기 위해서 오시는 손님들인데. 맛있는 비지를 드려야죠. 두부를 만들 때 나오는 비지는 손님들 가실 때 무료로 나눠드려요.” 잘되는 집은 장맛부터 다르다고 했던가. 해마다 직접 담근 매실청과 된장은 따로 팔라고 손님들이 부탁할 정도다. 특히 직접 간장을 끓여 매실청으로 맛을 낸 간장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수돗물값만 한 달 300만원

“가장 기분 좋은 칭찬이요? 맛도 있지만 깨끗해서 좋다는 말씀을 들었을 때 뿌듯했죠.” 이곳의 한 달 수도료는 약 300만 원. 모든 식기와 음식에 염색제·표백제를 일절 사용하지 않으니 일일이 손으로 닦고, 빨아야 한다. 또한 수저는 점심시간과 저녁시간 전에 모두 삶는다. “만만찮은 수도료를 줄이는 일과, 청결을 유지하는 문제 때문에 늘 고민을 합니다. 그래도 깨끗하게 유지하려다 보면 어쩔 수 없더라고요.” 현재 ‘옛날민속집’은 또 한 번의 변신을 꿈꾸고 있다. 유명 푸드 스타일리스트이자 '자연을 담은 맛있는 밥상'의 저자 최지은 씨(35)가 점장으로 영입된 것. “대표님이 저희 어머님이세요. 어머니의 요리법도 배우고 저의 전문 분야를 살려 더 멋진 곳으로 변신시킬 거예요.” 맛집에 멋집까지 노리는 두 모녀의 큰 포부. 아마도 이 포부에 반하지 않는 대통령은 없을 것이다.

뉴스방송팀 최영기·강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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