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임…아는 만큼 안전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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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여성건강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서 가장 많이 들어오는 상담은 단연 피임이다. 질문 내용은 주로 혼전 성관계 후 임신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는 것들로 우리나라 성교육이 개방된 성의식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15~44세 기혼여성의 44%가 한번 이상 인공중절을 받았을 정도. 최근 등장한 피임법 등 항목별로 효과적인 피임요령을 알아본다.

◇ 호르몬 함유 자궁내장치〓호르몬을 함유한 자궁내장치 미레나가 최근 국내 의료계에 도입됐다.

자궁내장치(루프)란 구리가 감긴 작은 기구로 자궁 안에서 수정란의 착상을 방해한다. 미레나는 기존 자궁내장치에 호르몬을 첨가한 새로운 피임기구. 하루평균 20㎍(1㎍은 1백만분의 1g)씩 소량의 여성호르몬을 5년간 분비한다.

상계백병원 산부인과 이홍균교수는 "미레나는 피임 실패율이 0.2% 이내로 영구불임술보다 높으며 생리량을 줄이고 생리통을 없애는 효과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고 설명했다. 단점은 기구가 삽입된다는 데에서 오는 거부감과 한번 시술에 40만원 안팎의 비용이 든다는 점.

아기를 낳은 戀窩?있으며 생리량이 많은 여성에게 좋다. 생리량이 많지 않다면 기존 구리제제 루프도 좋다. 생리 직후 산부인과에 가면 시술받을 수 있다.

◇ 응급피임약〓원하지 않은 성관계를 가진 경우 응급피임약이 있다는 사실도 알아두면 좋다. 응급피임약은 기존 경구피임약의 농도를 4~5배로 높여 만든 약. 약국에서 임의조제의 형태를 통해 구입하는 것보다 산부인과 의사에게 처방을 받아 복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성관계를 가진후 72시간 이내 복용하면 수정란의 착상을 방해해 피임을 유도한다. 프랑스 등 유럽에서 시판 중인 먹는 낙태약 RU486도 있다. 임신49일까지 복용하면 95%에서 낙태를 유도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엔 아직 도입되지 않았다.

◇ 먹는 피임약〓3명중 1명의 여성이 사용하고 있는 선진국에 비해 국내에서 푸대접받고 있는 피임법. 전체 피임여성의 1.8%만 이용하고 있다.

영국 왕립의대팀은 1999년 25년동안 4만6천명의 경구피임약 복용 여성들을 대상으로 장기복용에 따른 심장병사망률과 자궁경부암사망률을 비교했다.

그 결과 심장병 사망률은 1.9배, 자궁경부암 사망률은 2.5배 높아졌지만 10년이상 복용을 중지하면 원래대로 회복되며 난소암 사망률은 오히려 5배나 감소했다.

인애산부인과 홍순기원장은 "아기를 낳지 않은 35세 미만의 여성으로 간질환이나 정맥염 등이 없을 경우 권할만한 피임법" 이라고 말했다.

◇ 영구피임법〓난관수술이 정관수술보다 2배 이상 많이 시술된다. 궁금한 것은 어느 쪽이 바람직하느냐는 것.

피임연구회장인 순천향병원 산부인과 이임순교수는 "수술시간이나 절개길이, 수술의 난이도 등을 고려할때 정관수술이 난관수술보다 신체적 부담이 훨씬 적다" 며 "제왕절개 등 개복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남편의 협조가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정관수술후 정력감퇴는 낭설. 흠이라면 난관수술이 수술 즉시 효과를 발휘하는데 비해 정관수술은 정액이 모두 배출되기까지 수술후 13~14차례 사정이 있어야한다.

◇ 콘돔과 자연주기법〓약을 먹거나 기구를 넣지 않는다는 점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콘돔은 피임실패율이 15%나 되는 등 사용방법을 제대로 지켜지 않을 경우 낭패를 볼 수 있다.

사정 직전에라야 콘돔을 착용하는 습관은 금기. 사정하지 않아도 미량의 정자가 배출될 수 있기 때문. 자연주기법은 배란 예정일을 피해 성관계를 갖는 방법. 그러나 여성의 생리 등 배란기가 불규칙한 경우 실패할 확률이 높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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