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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뷰] 바이오주 거품인가 아닌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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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상장.등록 종목 가운데 국내 1호 바이오 벤처기업으로 꼽히는 마크로젠이 22일부터 거래되기 시작했으나 공교롭게도 바이오칩들은 이날부터 하락세로 돌아서 거품논쟁이 재연되고 있다.

◇ 등락 엇갈린 바이오칩〓첫 거래가 이뤄진 마크로젠은 개장하자마자 상한가로 뛰어올랐다. 상한가 매수잔량만 1천만주에 육박, 이 종목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총 발행주식수가 3백20만주인 점을 감안하면 매수잔량이 발행 주식수의 3배가 넘는 셈이다.

그러나 마크로젠이 주춤해진 바이오칩 붐에 새 에너지를 불어넣어줄 것이란 예상과 달리 거래소 제약주들은 일제히 약세로 돌아섰다.

바이오칩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동아제약을 비롯, 종근당.대웅제약.중외제약이 떨어졌고 LG화학.삼성정밀화학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다만 코스닥의 바이오칩군으로 꼽히는 바이오시스와 이지바이오는 상한가 행진을 이어갔다. 의료장비와 솔루션 제공업체인 메디슨과 메디다스는 오름세가 주춤해졌다.

◇ 거품논쟁〓세계적으로 생명공학 기술이 디지털 기술과 함께 21세기를 이끌 양대 핵심기술이 되고 있는데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생명공학 기술의 실용화가 앞당겨지고 있기 때문에 바이오칩이 뜬다는 게 옹호론자들의 주장이다.

국내 생명공학 기술이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져 있지만 최근 들어 긍정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이들은 설명한다.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임진균 연구원은 "생명공학은 성격상 벤처기업이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게 경쟁력이 있는데 최근 벤처 붐을 타고 국내에서도 활발한 창업이 일어나고 있어 선진국과 기술격차가 빠르게 좁혀질 것" 이라며 "국내 바이오제품 시장규모도 2003년까지 연평균 32%씩 성장, 세계시장 성장률의 2배를 웃돌 전망"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반론도 강하다. 무엇보다 국내에선 아직 본격적인 바이오칩이라고 부를 만한 기업이 없다는 지적이다.

일부 제약회사들이 신약개발에 성공한 사례는 있지만 매출이나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상태라는 얘기다.

대신경제연구소 강녹희 선임연구원은 "국내에서 바이오칩이라고 불리는 기업은 의료기기나 솔루션 제공업체에 가까워 미국의 바이오칩들과는 거리가 있다" 며 "최근의 바이오칩 붐은 미국시장의 흐름을 이용한 수익률 게임의 성격이 강하다" 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12월에도 바이오칩 붐이 일었지만 연초 주가가 급락했던 경험을 되새겨봐야 한다" 고 덧붙였다.

미국에서도 거품 가능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투자전문지인 '배런스' 는 21일자에서 밴가드 헬스케어펀드의 애드 오원스 펀드매니저의 말을 인용하면서 생명공학주는 최소한 10년간은 수익을 내지 못할 것이라며 최근 바이오칩 붐은 4년마다 생기는 거품이라고 경고했다.

정경민.곽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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