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극장에서 일본 애니 상영…'건드레스' 26일 개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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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실질적인 일본 애니메이션이 처음으로 국내 극장에 걸린다.

26일 개봉하는 '건 드레스' 가 그 주인공. "일본 대중문화 개방 종목에 아직 애니메이션이 포함되지 않았는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 며 의아해할 수도 있다.

물론 1백% '메이드 인 저팬' 은 아니다. 동아수출공사가 30%의 제작비를 투자해 일본 닛카쓰(日活) 영화사측과 합작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 차례의 반려 끝에 문화관광부 고시에 의한 제작공정 평가 항목 22점 중 하한선인 13점을 얻어 간신히 국내 제작물로 인정받아 심의를 통과한 작품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일본 애니메이션 개방을 앞둔 상황에서 '건 드레스' 의 극장 개봉은 일본 애니메이션 개방에 대한 '전초전' 성격이 짙다는 것이 국내 애니메이션 관계자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작품에는 '윤혜' 라는 한국 이름을 가진 캐릭터가 포함돼 있고, 태권도의 이단 옆차기도 나온다.

원화 채색작업 등 제작 공정의 일정 부분이 국내에서 이루어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기존 하청 제작에서 맡았던 분야를 그다지 벗어나지 못한데다 기획이나 시나리오 작업 등 애니메이션 제작의 핵심 부분은 일본 제작사측이 전담하다시피해 '무늬' 만 합작이란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0일 서울 남산 애니메이션 센터의 시사회장에서 '건 드레스' 가 첫선을 보였다.

애니메이션 전문잡지 '뉴 타입' 의 안영식 팀장은 "미야자키 하야오류의 초대형 걸작은 아니지만 국내 애니메이션과 일본 작품의 수준 차이를 실감케 하기에는 충분하다" 고 평했다.

2001년 '베이사이드 시티' 라는 일본 요코하마의 국제무역도시에서 경비회사 소속인 5명의 여주인공이 로봇을 타고 테러집단과 맞서 싸운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로봇의 메카닉이다. 마징거 제트나 에반겔리온 같은 거대한 로봇 대신 '랜드메이트' 라고 불리는 소형 로봇이 등장한다.

흥미로운 점은 '로봇을 입는다' 는 전투복의 개념을 도입한 것. 배 안에 들어간 조종사의 동작대로 로봇이 움직이는 방식이다.

소형 로봇이란 설정은 멀지않은 미래라는 느낌과 함께 작품에 현실감을 부여하고 있다. '공각 기동대' 의 원작자 마사무네 시로우가 주인공 캐릭터와 로봇의 메카닉 디자인을 담당해 일본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갈등 요소도 설득력이 있다. 서로 다른 캐릭터를 가진 5명의 팀원이 실력을 겨루며 대립하기도 하고, 사이보그가 된 엘리사의 옛 애인이 테러리스트로 등장해 긴장감을 더한다.

또 "우리 몸 어디에 미래가 있어?" 라는 사이보그의 절규도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특히 삭막한 도시 풍경과 사이버 공간에서 군 기밀 데이타에 접근하는 마지막 장면이 볼 만하다.

하지만 그림의 통일성이 다소 떨어지는 점은 아쉽다. 중국 등에 하청을 맡긴 부분이 한국과 일본의 작업 부분과 수준 차이를 보인 것. 상황 설정이 비교적 단조로운 만큼 작품의 메시지도 간결한 편이다.

일본은 3월 개봉 예정. 국내 개봉작의 주제가는 베이비 복스가 맡았다. 애니메이션 부분을 삽입한 뮤직 비디오 제작도 이미 끝난 상태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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