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15대총선 조직적 개입"-월간중앙 3월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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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영삼(YS)정권은 1996년 4월 11일 실시된 15대 총선에서 청와대를 비롯한 공직자의 선거개입을 금지한 선거법을 어기고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선거에 개입한 사실이 문서로 처음 확인됐다.

이같은 사실은 15대 총선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실이 작성해 보고한 '선거에 영향을 미칠 주요인사 관리방안' '총선 지원활동 결과 보고' '15대 총선 쟁점과 이슈' 등 3종의 극비문건에서 드러났다.

'월간중앙' 3월호는 이 문건들을 단독 입수, YS정권의 선거개입 전모를 밝혔다.

비밀문건들에 따르면 당시 청와대는 ▶총선 승리를 위해 영향력있는 인사를 특별관리했고▶선거의 쟁점을 정리하고 그 대응논리를 후보들에게 공급'했으며▶수도권 등 전략지역구를 선정, 인력을 전폭 지원'하는 등 사실상 여당의 선거지휘본부 역할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 '주요인사 관리방안' 은 청와대가 총선을 앞두고 관리대상 인물군을 7개 부류로 나누어 총선 직전 한달간 적극적이고 집중적으로 관리했음을 보여준다.

7개 인물군(群)은 ▶박태준.조순씨 등 야당에 입당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할 인물군▶전두환.노태우 비자금 사건과 관련된 재벌총수들▶김수환 추기경.송월주 조계총 총무원장.서영훈 흥사단 이사장 등 사회 원로그룹(독대 면담)▶강영훈.신현확.노신영.이민우씨 등 집단으로 접견.관리해야 할 인물군▶김윤환 신한국당 대표.강삼재 사무총장 등 당내 인사들▶총선공천 과정에서 낙마한 인사들▶야당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있는 전직 장.차관 등 모두 50여명이다.

특히 흥미를 끄는 대목은 박태준.조순씨 등 야당 입당을 막아야 할 인물군에 대한 대처방안이다.

당시 청와대비서실은 박태준씨의 영향력에 대해 "현재 자민련이 적극 영입을 추진 중" 이라며 "그의 입당이 대구.경북권 자민련세 급신장은 물론 전통적인 여당지지 성향표의 향배에 상당한 영향이 예상된다" 고을 평가한 뒤 "3월 귀국시 각하 전화 및 내밀리 접견" 하도록 권고하면서 "(박태준이)포철에 애착이 큰 바 포철 명예회장직 또는 포항공대 이사장직 제의 등 관계개선을 추진하고, 적절한 인물을 선정해 귀국 전 사전교감을 확보하고 신중한 운신을 유도해야 한다" 고 보고하고 있다.

또 서초갑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노재봉 전 총리에 대해서는 "선거 막판에 각하의 노태우 전 대통령 당선축하금 수수 사실을 폭로할 가능성이 있다" 며 "이홍구 전 총리 등 지인들을 통해 성급한 행동을 자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고 적고 있다.

무소속 출마설이 나돌던 노재헌.전재국씨 등 두 전직 대통령의 아들에 대해서도 "서동권 전 안기부장, 이원조.금진호 의원 등 전.노씨 측근 인맥을 활용해 출마를 억지해야 한다" 고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전직 장.차관의 야당행을 막기 위해 "각하가 직접 박관용 마포포럼(전직 장.차관 모임)회장을 독려하고 관리를 강화해야 하며, 한완상.박운서.허신행 등은 특별관리해야 한다" 고 명시하고 있다.

'총선 지원활동 결과 보고' 문건은 15대 총선에서 청와대가 전략지역구에 어떤 지원을 했는지 자세하게 보여준다.

오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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