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공천명단 발표] "허주 이회창식 팽" 측근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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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나, 참. " 18일 오전 뜻밖의 공천탈락 소식을 전해들은 허주(虛舟.金潤煥의원 아호.얼굴)는 믿어지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다.

공천심사위원인 하순봉(河舜鳳)사무총장에게 전화를 돌렸지만 역시 "죄송하다" 는 말만 들었을 뿐이다.

한 측근은 "워낙 갑작스레 당한 일이라 멍하니 허공만 쳐다볼 뿐 말조차 잊은 것 같았다" 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TK의 대부' 를 자처해온 허주는 노태우(盧泰愚).김영삼(金泳三)정권 창출의 산파역을 해낸 '킹 메이커' . 오늘날의 이회창 체제를 세우는 데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른바 '대안부재론' 을 내세워 반대파들을 잠재웠다.

대선 패배 후 한때 李총재와 소원했던 적이 있고, 시민단체가 그를 낙천대상 명단에 포함시켰지만 공천에서 탈락하리라고 예상했던 사람은 거의 없었다.

때문에 서울 서초동 자택에 모여 대책을 숙의한 측근들은 ' '금요일의 숙청' ' '이회창식 팽(烹)' 이라며 분노를 삭이지 못했다.

특히 서울 송파을에 공천을 신청한 윤원중(尹源重)의원을 비롯, 박창달(朴昌達.대구중)위원장.이원형(李源炯.대구 수성갑)부대변인 등 허주계가 줄줄이 공천탈락한 것을 놓고 "차기 대권가도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판단, 허주계를 미리 제거한 것" 이라며 성토했다.

그의 지역구(구미)에 공천된 사람이 김성조(金晟祚.42) 현 경북도의원이란 점엔 더욱 격분했다.

대구 대륜고.영남대를 나온 金씨는 도의원만 두차례 지냈을뿐 중앙정치 무대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신인. 金씨는 지난 설날에 河총장으로부터 공천제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거취를 둘러싸고 전국구로 갈 것이란 얘기와 함께 무소속 출마설.TK신당 창당설 등이 나돈다. 측근들은 "2~3일 시간을 두고 향후 대책을 모색할 것" 이라고 전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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