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에 걸면 돈 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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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워요 KJ."

9일 저녁(한국시간) 독일 쾰른의 구트 라첸호프 골프장에서 개막한 유럽프로골프협회(EPGA) 투어 린데 저먼 마스터스 1라운드.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인 최경주(34.슈페리어)는 같은 조가 된 토마스 비욘(덴마크), 베른하르트 랑거(독일)에게서 인사를 받았다.

비욘은 2002년 라이더컵 유럽 대표를 한 유럽투어 9승의 강자. 2001년 두바이 클래식 4라운드에서 타이거 우즈(미국)와 똑같은 빨간 셔츠를 입고 맞대결을 해 우승하면서 '우즈 킬러'란 별명도 갖고 있다. 랑거는 유럽골프 맹주 중의 한 사람으로 다음주 열릴 2004 라이더컵 유럽팀 주장. 하지만 이날 가장 최경주를 반긴 사람은 아마도 비욘의 캐디 빌리 포스터였을 것이다. 최경주 덕에 횡재를 했기 때문이다.

사연은 이렇다. 일주일 전인 지난 2일 오메가 유로피언 마스터스(스위스 크랑몽타나) 1라운드에서 최경주는 비욘,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와 함께 경기했다. 가르시아는 5언더파, 비욘은 이븐파, 최경주는 새로 바꾼 아이언에 적응이 안 돼 5오버파를 쳤다. 순위는 공동 131위. 형편없는 성적이었다.

그런데 라운드 후 비욘의 캐디 포스터는 도박사를 찾아갔다. 최경주를 놓고 내기를 걸기 위해서였다. 그러고는 무모하게도 최경주의 '톱10 입상'에 돈을 걸었다. 컷 통과마저 어려운 판에 '톱10'을 찍은 건 상식 밖의 베팅이었다. 하지만 그는 첫날 최경주의 플레이를 지켜보면서 나름대로 확신이 섰던 것 같다.

다음 날 2라운드에서 최경주는 6언더파를 치면서 너끈히 컷을 통과했다. 그리고 3라운드에서 5언더파, 마지막 4라운드에서 4언더파를 쳐 합계 10언더파를 기록했다. 최종순위는 공동 8위. 뚝심으로 이룬 '톱10'이었다. 믿기 어려운 일이 현실화한 것이다.

포스터는 3000유로(약 420만원)를 벌었다. 그리고 최경주도 곧 그 소식을 전해들었다. 최경주는 "캐디들 눈은 예리하다. 내가 돈을 따게 해줄 거라고 믿었나보다"며 씩 웃었다. 이번 대회에서도 포스터가 최경주를 놓고 내기를 할 건지 궁금하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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