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복덕방 "인터넷이 미워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대구시 계명대 정문 앞에서 4년째 부동산소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都모(63)씨는 요즘 한숨이 절로 난다.

신학기를 앞두고 이사를 많이 하는데 이상하게 방을 구하러 오는 학생들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都씨는 "지난해만 해도 손님이 하루 서너명은 됐는데 올해는 없는 날이 더 많다" 며 "근처 복덕방 세곳은 아예 문을 닫았다" 고 말했다.

대학과 총학생회측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학교근처 자취.하숙방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대학가 부동산소개업소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은 사이버 공간에 오른 정보를 보고 집주인과 직거래를 할 수 있다.

물론 적합한 거처를 찾아다니는 시간도 아끼고 소개비도 절약된다. 경북 경산시 영남대 앞 D부동산 대표 李모(65)씨는 "원룸의 경우 소개비가 5만~10만원이지만 3만원까지 내려도 손님이 없다" 고 말했다.

계명대에 입학예정인 김정남(19)양은 "집을 구하러 다니기 번거롭고 소개비도 아까워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자취방을 구하고 있다" 고 말했다.

최근 영남대 홈페이지 '주거 정보' 에 방을 내놓은 金모(36.여)씨는 "학생들이 인터넷을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소개소에 내놓는 것보다 빠르다" 고 말했다.

계명대는 학교 주소지를 딴 '신당동 1000번지' 라는 코너를 운영중이고, 대구대 총학생회는 최근 학교 근처 1백여개의 원룸 정보와 자취생활 노하우 등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아산시 순천향대 총학생회도 지난달 학교 주변 40여 자취.하숙집 정보를 총학생회 홈페이지(http://asan3.sch.ac.kr)에 실었다.

홈페이지에는 자취.하숙집을 한눈에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사진과 함께 편의시설 설치 여부도 소개하고 있다.

단국대 천안캠퍼스 동아리연합회도 자취집 50곳을 조사.정리한 정보를 학교 홈페이지(http://www.anseo.dankook.ac.kr)에 올려놓고 있다. 청주시 서원대도 지난해 말부터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 부동산 정보를 게재하고 있다.

안남영.김방현.안장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