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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보라, CG는 콘텐트산업의 핵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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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할리우드 진출은, 감독 수출보다 VFX(시각효과)나 CG(컴퓨터그래픽) 수출이 훨씬 더 쉽습니다. 더구나 CG는 영상콘텐트산업의 핵심이 될 거구요. 국가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EON 정성진 대표는 “컴퓨터 그래픽은 20년 정도밖에 안 된 산업이지만 영화·게임 등 미래 영상콘텐트산업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스키점프의 애환을 녹인 ‘국가대표’로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대종상 기술상을 휩쓴 시각효과업체 ‘EON디지털필름스’의 정성진(37) 대표. 이달 초 열린 아메리칸 필름 마켓에서도 할리우드 유력제작사와 SF영화 CG 의향서(LOI)를 체결했다. 계약이 마무리되면 국내 업체로는 ‘포비든 킹덤’의 CG를 맡았던 매크로그래프에 이어 할리우드 진출 2호가 된다.

EON은 ‘남극일기’‘미녀는 괴로워’‘괴물’(미국 오퍼니지 공동)‘올드보이’‘친절한 금자씨’ 등 70여 편에 참여한 국내 CG산업의 선두주자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정 대표는 ‘쥐라기 공원’을 본 충격으로 동창 3명과 EON을 차렸다. 16일 논현동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한국 CG업체의 경쟁력은.

“아직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를 개발하지는 못하지만, 프로그램을 적용해 최상의 결과물을 끌어내는 능력은 탁월하다. 할리우드 메이저 업체를 70~80% 정도 따라갔다고 보면 된다. ‘국가대표’의 경우 1000여 컷의 CG컷에, 30명이 3~4개월에 완성했고 디지털 배우, 디지털관중까지 구현한 데 할리우드가 놀라더라. 그들 기준이라면 500명이 6개월은 매달려야 하는 작업이니까. CG라는 게 그림으로 치면 붓인데, 똑같은 붓을 가지고도 전혀 다른 그림이 나온다. 이 붓을 놀리는 재주, 감이 한국사람은 탁월한 거다. 며칠 날 밤 밤새는 열정도 전세계에 없고.”(웃음).

-CG가 영상산업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상업영화의 두 축은 볼거리와 드라마다. 할리우드에서도 볼거리, 시각효과는 흥행으로 직결되는 포인트다. 둘 중 하나만 있다면, 볼거리 쪽을 관객들이 선호하는 편이고. CG는 미래콘텐트산업의 핵심기술이다. 최근 할리우드가 3D 입체영화로 가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관객들은 더더욱 현실 같은 영상을 원한다. 게임에서도 ‘현실 영상’이 트렌드다. 그런 현실감을 만드는 게 CG다. 드라마·게임·CF 활용범위가 급속도로 넓어졌다.”

EON이 CG를 맡았던 영화들. 스키점프 선수의 몸에 배우의 얼굴을 합성한 ‘국가대표’, 국내에서 촬영한 배경 화면을 남극으로 둔갑시킨 ‘남극일기’, 미국 오퍼니지사와 공동 작업한 ‘괴물’(사진 왼쪽부터).


-현단계 최고의 CG 기술은.

“일단은 디지털 액터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는 브래드 피트 배역을 80%이상 디지털 액터가 연기했다. 물론 애초 추측처럼 디지털 액터가 실제 배우를 100% 대체하지는 않을 것이다. 돈도 많이 들고, 관객이 굳이 실제 배우 대신 디지털 액터를 보고 싶어하지 않으니까. 그러나 실제 배우가 할 수 없는 것을 디지털 액터가 보완하거나, 죽은 배우를 출연시키는 것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국가대표’에서도 하정우가 다치면 안되니까 스키점프할 때 얼굴 합성하는 CG를 썼다. CG의 발전은 영화 제작시스템도 바꿀 것이다. 야외촬영이 없어지고 배우가 스튜디오에서 무배경 촬영을 한 뒤 나중에 CG로 그림을 완성하는 식이다.”

-나라마다 지원책을 내놓고 있는데.

“CG의 최강자는 할리우드다. 조지 루카스의 ILM은 직원이 1800명(EON은 30명), 스탠퍼드대와 산학협동 체제를 갖췄다. 개발파트의 60%가 공학박사다. 이건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CG업계도 흔들리고 있다. 세계 각국이 이 틈새를 공략하려는 것이다. 뉴질랜드 웨타스튜디오가 ‘반지의 제왕’으로 뉴질랜드 영화산업을 살린 것처럼, 제2의 뉴질랜드를 꿈꾸는 나라가 많다. 싱가포르· 캐나다·호주·중국 등이 적극적이다. 뉴질랜드는 CG를 포함해 후반작업을 자국에서 한 외국영화사에게, 뉴질랜드 정부가 제작비를 직접 지원해준다. 할리우드에선 제작비의 20~30%를 시각효과에 쓰는데, 이 규모가 우리 전체영화 시장보다 크다. 지금이 이 시장을 뚫을 호기다.”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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