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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바뀌는 교육제도 학부모 불안 커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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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교육(敎育)이냐 고육(苦育)이냐'

학부모들의 자녀교육에 대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고 있다.

제7차 교육과정 시행.조기유학 허용.영재학교 설립.2000년 고3학생부터 입시에 제2외국어 추가등 교육제도가 크게 변하면서 학부모들이 총체적으로 큰 혼란을 겪고 있는 것. 특히 상당수 학부모들이 '이제 조기유학이라도 시키지 않으면 아이가 사회에서 뒤지는 것 아니냐' 며 위기감마저 느끼고 있다.

교육제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불이익을 본다는 초조함에다 뒷바라지에 대한 경제적인 역부족과 좌절감이 겹치면서 심리적인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 조기유학 어떡하나요〓 "아파트 계단에서만 만나도 엄마들이 조기유학을 보내야 할 것인지 물어요. " 서울송파구올림픽선수촌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부 조인경(35)씨의 이야기이다.

주변 대부분의 주부들이 조기유학을 생각하고 있다는 조씨는 "그러나 정보가 너무 없는데다 아이를 조기유학 보내는 경우 파생되는 여러가지 가정적인 문제 때문에 고민이 많다" 고 전한다.

어느 시기에 유학을 보내야할지, 엄마가 따라가야 할지, 따라갈 경우 부부 사이엔 어떤 문제가 생기는 건지 머릿속이 복잡하다는 것.

실제 시중에는 이러한 주부들의 욕구를 만족시켜줄만한 충분한 조기유학 정보가 아직 없다.

이같은 사정은 기존 유학원들도 마찬가지여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때문에 일부 주부들은 미국이나 캐나다대사관을 직접 찾아 묻는 등 '발로 뛰는' 노력까지 마다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경제사정이 허락돼 조기유학을 보낼 수 있는 주부는 그래도 나은 편. 맞벌이 주부인 황은영(40.서울강남구압구정동)씨는 "맞벌이로 생활에 여유가 있었지만 유학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하니 월급이 너무 초라해 보인다" 며 "직장을 옮길 생각도 하고 있다" 고 말한다.

도저히 조기유학을 보낼 수 없는 가정 형편이라도 스트레스를 받기는 마찬가지. 주부 김지연(35.수원시장안구율전동)씨는 "연 2만5천달러나 되는 교육비를 감당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조기유학은 쳐다볼 수도 없다" 며 "그러나 앞으로 외국유학파들이 사회 기득권층으로 자리잡을 것같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고 말한다.

◇ 고등학교 자퇴를 시켜야하나요〓주부 양정희(42.서울송파구신천동)씨는 지난해 4월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딸아이의 자퇴를 허락했다.

"내신 1등급을 받기 힘든데다 학교를 다니면 제2외국어 부담도 늘어난다" 며 딸아이가 검정고시를 보겠다고 한 것.

실제 특수목적고 학생은 물론 일반 고등학교 학생들도 전략적으로 입시에 집중할 수 있는 검정고시 지망자가 많아지면서 고등학생 자녀를 둔 주부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 강남지역 고등학교의 경우 고3학생중 10% 정도가 자퇴할 정도. 교육부 대학학사제도과 하수호 사무관은 "올 고3학생부터 제2외국어 과목이 추가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검정고시를 본다고 무조건 제2외국어 공부를 안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고 말한다.

그러나 학생들은 '학교에 있으면 입시준비가 더 피곤하다' 며 검정고시를 주장해 부모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 초등학교에 우열반이 생기나요〓제7차 교육과정이 올해 초등학교 1.2학년부터 시작되는데 그 내용이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아 학부모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특히 '학생 능력에 따라 수준별 학습을 실시한다' 는 부분에 대해 "이는 실질적으로 우열반이 생기는거나 마찬가지 아니냐" 며 "입학하기 전부터 상당히 공부를 시켜야겠다" 고 걱정하는 예비 학부모들이 많다.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과에서는 "한 한급에서 선생님이 학생들의 개인차를 고려해 다르게 지도하는 것" 이라고 '우열반' 을 부인한다.

그러나 학부모들을 "결국 우열반과 큰 차이가 없는 것" 이라며 염려하고 있다.

이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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