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체포' 파장] 총선 앞두고 여야 대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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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검찰의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 전격 체포시도로 총선 정국이 급속히 얼어붙게 됐다.

선거를 60일 앞두고 여야간 정면 대충돌이 빚어지며 큰 파장을 몰고올 참이다. 지난 8일 임시국회가 끝난지 사흘만이다.

鄭의원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간첩혐의로 복역한 서경원(徐敬元)전 의원으로부터 1만달러를 받았다는 주장과, 이른바 '언론문건' 의 작성자를 이강래(李康來)전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지목했다는 이유로 고발(명예훼손)당하는 등 네건의 고소.고발사건에 연루된 상태다.

특히 지난해 10월 부산집회에서 金대통령을 겨냥한 '빨치산 발언' 으로 여권의 집중적인 표적이 돼왔다.

鄭의원의 체포는 검찰에 고발된 한나라당 의원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본격적인 수순을 밟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나라당내 피고발 의원은 鄭의원 외에 국정원의 도.감청 문제 등을 제기한 이부영(李富榮)총무, 최순영(崔淳永)전 신동아그룹회장 부인 이형자(李馨子)씨의 그림 로비 리스트에 여권실세 부인 3명이 포함됐다고 주장했던 이신범(李信範)의원이 대표적이다.

소위 '공업용 미싱' 발언의 김홍신(金洪信)의원, 1997년 대선자금 모금과 관련해 98년 12월 한차례 검찰소환에 응했다가 이후 계속 소환을 거부한 김태호(金泰鎬)의원도 있다.

검찰은 이들 의원에 대해서도 금명간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구인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같은 조치가 사법권 행사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어떤 형태로든 검찰과 여권 핵심부간 사전교감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鄭의원 등에 대한 사법처리를 계속 미룰 경우 야당으로부터 옷로비 사건 등 잇따른 구설과 실정 공격에도 적극 대처하지 못하는 '약한 여당' 이란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는 생각을 다진 듯하다.

대통령 부인 이희호(李姬鎬)여사의 호화의류 구입 주장(이신범 의원) 등 야당의 계속되는 음해성 공세를 방치할 경우 총선정국에서 끝없는 폭로와 음해가 계속될 것이란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건(件)을 계기로 현안이 돼있는 현역의원들에 대한 병역비리 수사에 힘을 가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듯하다.

이같은 상황들이 여권으로 하여금 '정면충돌' 이라는 초강수를 택하게 한 셈이다.

한나라당측은 즉각 분개했다.

12일 이회창(李會昌)총재 주재의 긴급 간부회의를 시작으로 대대적인 대여공세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총선이 다가오는 만큼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겠다" 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같은 상황이 총선에 결코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도 있다. 일대 전선(戰線)이 두텁고 거칠게 형성되고 있다.

김석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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