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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 성분 없나” … 시장서 친환경 여부 즉석 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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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횡천산 대파 3㎏, 유기농입니다.”

서울 오류초등학교 학생들이 13일 서울시 학교급식지원센터를 통해 공급된 농·축산물로 조리된 음식을 먹고 있다. [안성식 기자]

13일 오전 2시, 서울 가락시장 북문쪽 ‘서울시 학교급식 지원센터’. 초등학교 이름이 붙여진 59개의 노란 상자 위에 대파·감자·호박·깻잎을 담은 박스가 사람 키만큼 쌓여 있다. 구입해온 농산물의 산지와 종류, 친환경 등급을 농산물 유통회사 직원 이영경(49)씨가 외치자 서울시농수산물공사 직원 김홍배(36)씨가 학교 주문서와 대조한다. 김씨는 상자를 뜯어 유통 이력을 일일이 확인하고 농산품을 조금씩 덜어 비닐팩에 담는다.

비닐팩은 농수산물공사 3층의 검사실로 옮겨진다. 장승욱(38) 안전성검사실장은 깐쪽파·양송이·파슬리 등의 농산물을 찧어 시험관에 넣고 알코올을 주입한다. 전기분해로 농산물 표면의 농약을 녹여낸 다음 ‘집파리 균’이나 ‘바실러스 균’을 넣는다. 노란색 색소를 넣은 뒤 30분이 지나도 색깔이 바뀌지 않으면 농약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서울시가 지원센터를 운영한 것은 올 3월부터다. 초등학교 급식에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농·축산물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보통 제품보다 농·축산물이 비싼 만큼 가격의 일부를 서울시가 부담하는데 59개 초등학교가 참여하고 있다.

새벽 5시, “통과했습니다”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배송업체들은 주문서에 확인 도장을 받아 물건을 차량에 싣는다. 경력 2년의 윤정선(36·여)씨는 1t 트럭에 농산물을 싣고 올림픽대로를 달린다. 윤씨가 담당하는 학교는 신흥·도신 초등학교 등 5곳. 7시40분 오류초등학교에 도착했다. 산지·무게·친환경 등급·유통기한을 외치며 윤씨가 물건을 내리자 영양교사는 무게·온도·신선도를 확인하고 일지에 기록한다. 영양교사가 “불합격”을 외친 품목은 바로 다른 것으로 교체됐다.

오전 8시, 조리가 시작된다. 조리원 6명은 모자·가운·장갑·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칼·도마·식기는 전용 소독기에 보관되어 있다. 인공조미료는 일절 쓰지 않는다. 이날 메뉴는 된장국·취나물·김치 등 이었다.

낮 12시가 되자 학생들이 식당으로 몰려들었다. 아이들은 “김치 더 주세요” “나물 더 주세요”를 외쳤다. 5학년 조수민 학생은 학교에서만큼은 식판을 모두 비운다. 조양은 “수업시간에 선생님으로부터 친환경 재료로 만든 것이니 남기면 안 된다고 배웠다”고 말했다. 1, 3학년 자녀를 둔 박수연(35)씨는 “친환경 제품이고 안전성 검사를 통과한 음식이라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지원하는 제품은 농산물뿐 아니라 쇠고기·돼지고기도 포함된다. 쇠고기는 한우, 돼지고기는 국내산 1등급 이상만 주문한 학교로 보낸다. 서울시는 내년 3월 강서도매시장에 유통센터를 설치해 지원대상 학교를 25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학교 측의 반응은 다소 미온적이다. 584개 초등학교 중 내년도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은 120곳뿐이다. 동대문구의 한 영양교사는 “서울시 지원 외에 학부모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도 늘게 돼 참여 결정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시는 유통센터를 건립하면서 서울시 부담액을 한 끼당 184원에서 150원으로 줄이는 대신 학부모 부담금을 20원에서 37원으로 올린다는 계획이다. 신뢰도를 높이는 것도 과제다. 영등포구의 한 영양교사는 “서울시가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친환경 농산물 급식을 지원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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