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가 도시 경쟁력이다 <5·끝> 콘텐트를 키워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서귀포는 겨울 전지훈련의 메카다. 서귀포시 스포츠산업과 직원 오철종씨는 “이번 겨울에만 선수 및 선수 가족 등 전지훈련 관련 인원 3만5000명이 와서 300억원을 쓰고 갈 것”으로 예상했다. 서귀포는 일찌감치 ‘스포츠 전지훈련 유치 활성화 지원’ 조례를 제정했고 전지훈련 유치위원회도 설치했으며 인프라를 구축해 놨다. 내년 2월까지 모든 경기장 시설의 예약이 끝났다.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31개국 53개 팀, 1056명이 서귀포에서 훈련했다. 140억원을 들여 전지훈련센터도 짓고 있다.

경남 남해는 일찌감치 녹색 산업 스포츠에 눈을 떠 겨울 전지훈련지로 각광받고 있다. 전남 강진은 후발주자지만 적극적인 마케팅과 민자유치로 각 스포츠팀의 호응을 얻었다.

지역에 뿌리 내린 스포츠 팀도 있다. 프로야구팀 롯데 자이언츠의 승패가 모든 시민의 화제가 되는 부산은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열정적인 야구도시다. 올해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인 포항 스틸러스 축구단은 지역 밀착 마케팅에 성공해 한국의 우라와 레즈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성공 사례만큼 우려스러운 점도 많다. 요즘 지자체마다 스포츠 마케팅 붐이 일고 있지만 대부분 천연잔디 축구장 몇 개와 인조잔디 축구장 몇 면을 지어 놓고 “우리가 메카가 되겠다”고 하는 정도다. ‘요트가 골프를 대체할 미래 고급 스포츠’라는 말이 나오자 바다를 낀 도시 대부분이 요트 계류장을 만들어 부자 손님들을 잡겠다고 하고 있다. 요트 마리나 건설은 수백억원이 든다. 2000년대 들어 제주에 골프장 건설 붐이 일었다. 그중 일부는 경영난으로 건설비도 안 되는 가격에 시장에 나와 있다. 국내에서 열리는 마라톤은 1년에 400개 정도다. 그러나 아직 마라톤의 메카가 된 도시는 없다.

한양대 김종(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적어도 메카를 표방하려면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릴 만한 시설과 관련 팀이 있어야 하며 평소에도 그 시설을 활용할 저변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동명대 전용배(스포츠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로선 스포츠 메카 프로젝트가 실패로 끝날 지자체가 더 많다”면서 “외국의 예 등을 충분히 검토하고 지역의 자연적 특성, 역사·문화와 결부된 스토리를 개발해야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서귀포와 남해·강진은 스포츠 마케팅으로 돈을 버는 지자체로 꼽힌다. 그러나 한국에서 세계적인 성공사례가 된 스포츠 이벤트는 서울 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뿐이다. 꾸준히 돈을 벌어줄 지속 가능한 이벤트는 아직 없다.

메카가 되기 위해선 다른 도시가 범접할 수 없는 뭔가가 있어야 한다. “수영 대회를 하더라도 물살이 가장 센 바닷가에서 한다든지, DMZ 내에서 마라톤이나 사이클 대회 등을 여는 등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이야깃거리가 나와야 한다”고 전용배 교수는 지적했다.

성호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