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 데이터 분석해 미래 예측하는 기술 ‘뉴 인텔리전스’에 주목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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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올해 초 IBM은 각국 기업의 IT 업무를 책임지는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 2500명을 대상으로 “조직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이 무엇인가”를 묻는 조사를 했다. 이들 중 83%가 “데이터 분석 역량을 길러 의사 결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다소 의외의 대답을 내놓았다.

또 IBM 기업가치연구소가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비즈니스 리더 10명 중 8명은 “신뢰성이 부족한 자료에 기반해 주요 의사 결정을 내린다”고 답했다.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변화와 패턴을 읽어내고 여기에 경험과 통찰력을 얹어 민첩한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하는 첨단 정보화 시대에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IT를 활용해 데이터를 모으고 축적하는 단계를 넘어 데이터에 분석과 예측을 가미한 ‘지능형 정보’가 절실함을 잘 보여준다.

지구상에는 매일 미국 내 모든 도서관에 있는 책의 8배에 이르는 e-메일·전자문서·디지털이미지 등 새로운 데이터가 생성된다. 정보화가 급속히 이뤄지면서 쓸모 없는 데이터와 정보 때문에 소비되는 시간과 자원은 점점 커지고 있다. 처리해야 할 데이터의 양은 무한대로 늘어나는 반면 유용한 정보를 추출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기업들은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지식으로 조직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바로 ‘뉴 인텔리전스(New Intelligence)’ 영역이다. IBM도 더욱 정확한 분석을 위해 최고 수준의 수학·분석 전문가로 구성된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또 예측 분석 소프트웨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기업을 인수하기도 했다.

뉴 인텔리전스는 어디에 쓰일까. 뉴 인텔리전스에 기반한 정보 분석 솔루션을 통해 보험회사는 수백만 건에 이르는 보험금 청구를 대상으로 일정한 패턴을 발견해 사기성 짙은 보험금 청구를 가려낼 수 있다. 이동통신사는 고객이 남은 약정 기간을 조회·문의할 경우 이탈 가능성이 높은 고객으로 감지하고 새로운 요금제를 제안하거나 할인 혜택이 큰 결합 상품을 안내해 고객 보유율을 높인다. 유통업체들은 재고 목록과 날씨 예보를 결합해 재고·배송 시스템을 최적화하고 있다.

의료·치안·교통·자원관리 등 공공 부문에서도 적용할 여지가 크다. 미국 메릴랜드 대학 연구원들은 정보 분석 솔루션을 활용해 산불이 났을 때 연기 패턴을 분석한다. 영국 켄트카운티는 주민 140만 명에게 570가지에 달하는 거주지 정보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해 제공하고 있다.

IT 산업은 더 이상 반도체 칩, 소프트웨어와 같은 테크놀로지 개발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제는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에 발생할 일을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통찰력을 지닌 새로운 IT 지능이 우리의 의사 결정과 경제 성장, 나아가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반경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휘성 한국IBM 사장 ceo@kr.ib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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