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이야기] 쉬더라도 눕지 말고 움직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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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탈이 났을 때 휴식만큼 좋은 치료도 없다. 어떤 경우든 질병이나 증세가 나타났다는 것은 몸이 무리를 했다는 뜻이므로 쉴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기자가 잘 아는 어떤 의사는 감기를 효과적으로 이기는 방법으로 '감기에 걸렸다 싶으면 반항(?)하지 말고 쉬어줄 것'을 주문한다. 심한 감기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감기 초기 증세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제대로 쉬지 않다 악화된 경우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휴식에도 방법이 있다. 무조건 직장을 그만 두고 꼼짝하지 않고 누워 지내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침상(寢床)안정'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 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많기 때문이다. 침상안정이란 식사와 용변 등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곤 침대에 하루 종일 가만히 누워 지내는 것을 말한다. 물론 수술 직후 환자나 심장병 등 중환자들에겐 엄격한 침상안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처럼 중한 경우를 제외하곤 대부분 침상안정은 권유되지 않는다.

수년 전 영국의 의학 전문지 랜싯은 호주 퀸즐랜드의대 연구진의 조사결과를 인용, 침상안정이 득보다 실이 많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발표된 침상안정의 효능 및 부작용과 관련된 논문 39편을 종합해 분석한 결과 질병 치료에 도움이 된 것으로 입증된 것은 한 편도 없었던 반면 오히려 해가 되었다는 논문은 8편이나 됐다. 연구진은 특히 급성 요통과 분만, 심장질환, 바이러스성 간염의 경우 침상안정보다 정상적인 활동을 지속하는 것이 좋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허리를 삐끗하면 대부분 침상안정에 들어간다. 심지어 의사 중에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것이 오히려 회복을 늦춘다는 것이다.

산모 역시 마찬가지다. 분만 후 꼼짝하지 않고 누워 있기만 한 산모보다 가능하면 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이려고 애쓴 산모가 훨씬 출산 후유증이 적은 것으로 밝혀졌다. 아기를 낳을 때 겪는 진통 역시 출산에 임박해 꼼짝하지 않고 누워 있었던 여성에게 훨씬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간염의 경우도 무조건 직장을 그만두고 누워 지내는 것은 올바른 휴식이 아니다. 무리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직장과 가정 생활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맹장염 수술 등 수술 환자들의 회복 속도도 침대에서 빨리 일어나 걸으려고 애쓴 환자일수록 빨랐고 수술 후유증도 적었다.

비슷한 결과는 미국의 의학잡지 NEJM에서도 발표된 바 있다. 핀란드 산업의학연구소 연구진이 헬싱키 소재 요통 근로자 187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를 인용해 허리를 삐끗했을 땐 오히려 일상생활을 계속하는 것이 좋다는 의외의 정답을 제시한 것이다.

연구진은 우선 이들 요통환자에게 진통 소염제를 처방하고 ^이틀 동안 가만히 누워있게 하거나^허리운동 재활요법을 실시한 그룹^조금 아프더라도 일상생활을 계속하게 한 그룹 등 3개 그룹으로 나눈 뒤 각각 3주와 12주 후 치료경과를 살펴보았다. 이 결과 전체 요통을 앓았던 기간은 누워 쉰 그룹이 가장 길었고, 다음이 운동그룹, 활동그룹 순이었으며 통증의 강도는 운동그룹, 누워 쉰 그룹, 활동그룹 순으로 나타나는 등 요통과 관련된 8개 조사항목 모두에서 일상생활을 계속한 활동그룹의 요통 치유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허리를 삐끗했을 때 척추손상이나 심한 디스크로 신경마비가 나타나는 등 심한 경우를 제외하곤 침상안정보다 쉬엄쉬엄 일상생활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자에게 휴식은 필요하다. 그러나 휴식은 과로하지 않고 쉬는 것일 뿐 결코 꼼짝하지 않고 움직이지 않는 것은 아니란 결론이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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