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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발전계획' 내용] 피고인에 검사증거 열람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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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법원이 10일 발표한 '21세기 사법발전계획' 은 대법원이 현 최종영(崔鍾泳)대법원장의 6년 임기 동안 추진할 사법부 발전에 관한 중장기 청사진이다.

김동건(金東建)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은 "법적 안정성을 지키는 동시에 변화하는 사회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하는데 계획안의 중점을 뒀다" 고 밝혔다.

계획안 중에는 당장 시행할 수 있는 사안도 있지만 민.형사소송법 등 관련 법률을 개정해야 가능한 것이 많아 정확한 시행시기는 유동적이다.

◇ 국선 변호인제 확대〓1998년을 기준으로 전체 형사재판 피고인의 43.3%만이 변호사의 도움을 받고 있다.

특히 국선 변호인의 도움을 받는 경우는 20%에 불과하다. 일본의 경우 형사재판에 변호인이 있는 비율이 97%에 이른다. 이를 개선, 모든 형사 피고인이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특히 피의자 신분에서는 구속적부심청구 단계 외에는 국선 변호인 선임 청구권이 인정되지 않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보고 있다. 최소한 체포.구속된 피의자는 원할 경우 모두 국선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국선 변호사가 사선 변호에 비해 충실치 못하다는 불만을 줄이기 위해 국선 변호인의 보수를 현실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 증거개시제〓형사소송법은 "변호인은 소송 계속중의 관계서류 또는 증거물을 열람 또는 등사할 수 있다" 고만 규정하고 있다.

검사가 가지고 있는 증거 가운데 검사가 제시하지 않는 증거는 피고인측이 볼 수 없는 것이다. 결국 검사가 검찰측에 유리한 증거만 증거조사를 신청할 가능성이 커 피고인측의 방어권 행사에 제약이 많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대법원은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이를 시정하겠다는 복안이지만 검찰이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여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 조정전치제〓본안 소송이 연간 1백만건을 넘을 정도로 소송이 폭주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정상적인 심리가 힘들다는 게 이 제도를 도입하는 이유다.

상당수의 분쟁을 1심 판결 전에 당사자간의 합의를 통해 해결함으로써 사회적 갈등 및 재판 비용을 줄이고 동시에 법관들의 업무 부담을 크게 줄이겠다는 뜻이다.

행정사건에서 행정심판을 먼저 거치도록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조정을 통해 먼저 거르고 그래도 합의가 안되는 복잡한 사안에 대해서는 더욱 충실한 심리를 하게 된다. 대법원은 민사의 약 30%가 조정으로 종결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법관 단일호봉제〓정년보장제의 성격이 강한 단일호봉제 실시는 앞으로 법원에는 공식적으로 대법관과 법관이라는 두단계의 직급만 존재한다는 의미다. 고등법원 부장 승진이 안되면 무더기로 사직하는 등 법관의 인력 이탈과 신분 불안을 막을 수 있을 전망이다.

◇ 법원 구조개편〓민사재판부의 경우 부장 1명과 배석판사 3명으로 이뤄진 통합부를 설치, 부장판사가 단독사건과 합의사건을 구분해 배당토록 할 방침이다. 또 서울 시내 지원 및 일부 지방 지원에 항소부를 설치하고 전국의 6개 단독지원을 합의지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 기타〓양형 합리화를 위해 교수 등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양형조사위원회를 설치하는 한편 양형 데이터베이스를 확대키로 했다. 또 우선 전국 시.군.구청에, 장기적으로 읍.면.동사무소까지 무인부동산등기부등본발급기를 설치하는 한편 등기업무의 전문화를 위해 담당 공무원을 아예 별도로 뽑아 인사관리키로 했다.

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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