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지하철1호선' 원작자 베를린공연 제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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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지난 6일 오후 3시 서울 대학로의 소극장 학전블루. 설 연휴 마지막날 귀경행렬로 전국이 몸살을 앓을 때 이곳에서는 한국 공연사의 새 장이 열리고 있었다.

김민기가 이끄는 학전의 뮤지컬 '지하철1호선' 이 발차 6년만에 1천회 공연이라는 전무한 공연기록을 세운 것이다.

평소 '씩' 하고 웃는 정도면 그뿐, 표정을 아끼기로 소문난 제작자 겸 번안.연출자인 김씨도 이날만은 상기된 표정이 역력했다. 공연시작 전 무대에 서 지난 날을 회상하는 그의 눈에도 물기가 고였다.

"지금까지 순조로운 운행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저의 노력도, 우리 출연진들의 수고도 아닙니다. 딱딱한 의자도 마다않고 비좁은 소극장을 찾아와 애정어린 눈으로 지켜본 관객 여러분들의 덕택입니다. "

실제로 '지하철1호선' 은 그런 관객들의 열애가 없었으면 지금까지 굴러올 수가 없었다. 우리 공연시장의 관객 층이 워낙 엷다보니 '물리면 뱉어버리는' 게 자연스런 세태였다.

이같은 악조건 속에서 '1천회' 는 그 자체로도 기념비가 될 만하다. '넌센스' '난타' 등이 각기 1천회 기록 도전에 나서고 있지만, 공연의 연속성이 다소 떨어져 '지하철1호선' 에 비할 바는 못된다.

이날 '지하철1호선' 은 원작(베를린 그립스극단의 'Linie 1' )의 고향 독일에서부터 낭보를 접했다.

원작자 폴커 루트비히가 직접 와서 축하했을 뿐더러 원작(현재 9백43회)이 1천회가 되는 내년 가을 베를린에서 합동공연을 하기로 했다. 루트비히는 "지금부터 초청비 마련을 위해 열심히 뛸 것" 이라는 농담으로 관객들을 웃겼다.

더 큰 선물보따리는 독일저작권협회로부터 왔다. 앞으로 '지하철1호선' 의 저작권료를 전혀 받지 않겠다는 통보였다.

그것도 이미 올 1월 공연까지 소급해서 적용하겠다는 것. 김씨는 "지금까지 1억원 정도의 저작권료를 냈는데 이제는 그 부담에서 헤어날 수 있게 됐다" 며 기뻐했다.

이제 소극장 뮤지컬의 상징이 된 '지하철1호선' 은 한국관광객의 꾐에 빠져 아이를 가진 옌볜처녀(선녀)가 애인을 찾아 서울로 와서 겪는 인생사다.

서울역에서 청량리까지를 배경으로 안경.걸레.날탕 등 '3류인생' 들의 서울살이가 엮인다. 강렬한 비트의 라이브 음악에다 구어체 중심의 맛깔스런 노랫말과 대사, 세태 풍자 등으로 우리 뮤지컬의 미답지역을 개척했다.

방은진.설경구 등이 이 무대를 통해 스타덤에 올랐다. 현재 일본 공연도 추진 중이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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