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답 협상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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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여야는 8일 밤늦게까지 마라톤 협상을 벌인 끝에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합의를 도출해냈다.

○…민주당 박상천(朴相千).자민련 이긍규(李肯珪).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총무는 이날 시간대별로 만나 막판 절충을 벌였다.

3당은 의원총회와 고위당직자 회의도 각각 세차례나 거듭했다.

민주당과 한나라당 간에는 이날 오전 한때 합의타결 분위기도 감지됐다.

민주당이 석패율.이중등록제를 철회하는 대신 한나라당이 1인2표제(유권자가 후보자와 정당에 1표씩 투표하는 방식)를 수용한다는 것이었다.

또 선거구 인구 상.하한선은 한나라당안인 9만~31만명으로 타협점을 모아갔다.

그러나 1인2표제에 대해서는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거부했다.

군소정당을 난립시킬 수 있다는 게 반대 이유였다.

또 인구 상.하한선 문제는 자민련이 반대해 협상은 평행선을 그었다.

한편 민주당 김옥두(金玉斗)총장은 "자민련 김현욱(金顯煜)총장과 만나기로 했다" 며 "연합공천 문제도 이야기할 것" 이라고 물밑접촉을 시사했다.

○…여야의 지루한 협상은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의 귀국과 함께 표대결로 가닥을 잡았다.

일본 방문에서 돌아온 '金명예총재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이한동 총재권한대행, 이긍규 총무 등 지도부와 함께 ' '1인1표제, 9만~35만명' 안을 확정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한나라당 李총무는 여의도 자택에서 저녁식사 중인 민주당 朴총무에게 전화를 걸어 "자민련이 수정안을 내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간다.

3각 빅딜안(1인2표제, 9만~31만명)을 통과시키자" 고 했지만 자민련 당론이 발표되자 무산.

이날 표결에선 민주당의 9만~35만명안에 따라 지역구가 없어지는 자민련 김고성(金高盛).김동주(金東周)의원 만이 반대토론에 나섰다.

두 의원은 7만5천~30만명의 현행안을 주장, 일부 자민련 의원으로부터 박수를 받는 모습.

○…표결방식을 둘러싼 논란도 거셌다.

한나라당은 여당내 통합 및 조정대상 지역구 의원의 '반란표' 에 기대를 걸었다.

그래서 무기명 비밀투표를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과 자민련은 "표결방법에 대해서는 국회법에 기립표결하도록 규정돼 있다" 며 전자투표를 고집했다.

의원들은 결국 전자투표로 2개의 수정안(9만~35만명, 1인1표제)을 사상처음으로 표결처리했다.

투표는 한나라당의 1인1표제안을 먼저 표결처리해 통과시킨 뒤 민주당의 1인2표제안을 폐기하고, 선거구 26석 감축안을 통과시키는 순서로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처음해보는 전자투표에 혼란을 겪은 의원들의 항의가 빗발쳐 박준규(朴浚圭)국회의장이 "전자투표 때문에 망했다" 고 푸념하기도 했다.

이날 본회의장엔 아직 의원직사퇴서가 처리되지 않은 한광옥(韓光玉)청와대비서실장 등이 표결에 참석하는 진풍경을 보였다.

최상연.김정욱.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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