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해외에선] 킹목사 사이트에 웬 백인우월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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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미국 당국의 규제방침에도 불구하고 유명인사의 이름을 미리 도메인 명으로 등록해 놓는 이른바 사이버스쿼팅(Cybersquatting)이 여전해 문제가 되고 있다.

미 의회는 지난해 11월 특정 개인의 이름을 도메인으로 등록하거나 거래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을 위반할 경우 최고 1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 법의 가장 큰 맹점은 개인의 경우 생존해 있는 사람만 성명권을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 따라서 법망을 교묘히 피해 이미 세상을 떠난 유명인사들의 이름을 도메인 명으로 등록해 상업적인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막을 수가 없다.

특히 미국에서는 지난달 흑인 인권운동가인 마틴 루터 킹 목사의 기념일을 맞아 백인우월주의자들이 만든 사이트가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현재 2백만 명이 방문한 이 사이트(MartinLutherKing.org)는 겉으로는 킹 목사를 추모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를 깎아 내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운영 주체도 백인우월주의 사이트로 유명한 '스톰프根? 인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러나 이 사이트의 웹 마스터 빈센트 브리딩은 "이 같은 사이트를 개설하는 것은 유명인사들에 대해 이제까지 알려진 것과는 다른 관점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 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다른 인권단체의 사이트도 도메인 명으로 등록한 뒤 비슷한 용도로 활용할 계획이다. 현재 킹 목사의 가족들은 이름을 돌려받기 위해 소송을 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편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와 가수 케니 로저스 등도 최근 자신들의 이름이 무단으로 도메인 명에 사용됐다며 소송을 제기하는 등 사이버 공간에서의 성명권 시비는 당분간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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