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업계 '환율 먹구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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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올들어 무역수지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원화환율이 수출여건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특히 일본 엔화에 비해 원화가치가 빠른 속도로 비싸지고 있어(평가절상) 수출기업들에 부담을 주고 있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들어 원화가치는 지난 7일 종가 기준으로 미 달러화에 대해 1.5% 올랐다. 이에 비해 일본 엔화는 같은 기간 달러화대비 5.9%나 가치가 떨어졌다. 따라서 엔화에 대한 원화가치는 6.6%나 오른 셈이다.

수출업체들은 정부가 외환시장에 적절히 개입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지만 통상마찰 우려 때문에 정부가 섣불리 나서기도 어려운 입장이다.

◇ 원화 강세 어디까지 가나〓엔화에 대한 원화 가치가 계속 오름세를 보이는 것은 일본의 경기회복 부진과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엔화가치가 떨어지는 엔저(低)현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가 한국 주식시장을 밝게 보는 외국 투자가들이 국내 주식시장으로 몰림으로써 원화가치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대우사태가 해결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지난해 10월 이후 한국에 주식투자를 목적으로 순유입된 달러만 총 63억달러에 이를 정도다.

이 결과 일본 엔화에 대한 원화가치는 지난해 10월말 1백엔당 1천1백53원을 고비로 상승세를 거듭, 7일 현재 1천36원을 기록하고 있다.

외환전문가들은 엔화에 대한 원화가치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은행 국제금융팀의 박정룡팀장은 "아직 1백엔당 1천원을 웃돌고 있어 국내 수출업계가 못견딜 정도는 아니지만 현재의 원화 절상속도가 다소 빠른 것이 우려된다" 고 말했다.

◇ 무역업계 반응〓달러화 약세는 중소기업에 더 타격을 주는 반면 엔화 약세는 국내 수출물량의 70%를 차지하는 대기업형 수출에 타격을 준다. 선박.철강.자동차 등 대기업 수출 주력상품이 대부분 일본제품과 겹쳐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현대종합상사 철강부문 박명우 부장은 "엔화강세 전망과 달리 엔화가 최근 약세로 돌아서 걱정스럽다" 며 "아직까진 버틸 만하지만 현재의 원화 강세가 2~3개월 계속된다면 수익성이 크게 떨어질 것" 이라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 조사부 이인호 팀장은 "달러 환율이 떨어지면서 중소업체들이 본전에 수출하고 있는데 엔화 약세로 대기업 수출까지 어려움을 겪어 무역수지 악화가 우려된다" 고 진단했다.

임봉수.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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