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G2 시대’ 첫 방중 … “중국 봉쇄 않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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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후진타오 중국 국 가주석이 14일 싱가포르 에스플레네이드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 환영만찬에서 환 담하고 있다. [싱가포르 AP=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밝힌 ‘신(新)아시아 정책’은 아시아 국가들과의 새로운 관계 정립을 위한 로드맵이다. 국제사회에서 급부상한 중국을 전략적 파트너로 인정하는 동시에 아시아 국가들과의 고질적인 무역 불균형 문제를 시정하겠다고 천명했다.

그의 연설에서 거듭 나타났듯 오바마는 훌쩍 커버린 중국의 위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이번 아시아 순방 기간(13~19일)의 절반가량을 중국에 할애한 것도 그래서다. 오바마는 또 14일 일본 연설에서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들의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강력한 핵 억지력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한 동맹국들의 우려를 씻어내기 위해서다. 그는 “(북한과의 관계는) 수십 년간 대립과 도발의 연속이었다”며 “하지만 미국은 결코 북한의 핵 위협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국제적 의무(핵개발 포기)를 다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북한의) 안보력이 약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그는 “미국의 수요가 위축되면서 아시아의 수출이 급감, 세계적 불황이 심화됐다. 미래의 번영을 위해 미국이 더 많은 수출을 해야한다”며 아시아의 대미 시장 의존도를 낮출 것을 주문했다.

◆오바마, 중국에 공들이기=오바마의 이번 방중은 ‘팍스 차이메리카나(Pax Chimericana )’로 불리는 미·중 ‘G2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을 앞두고 이뤄져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오바마는 이번 방문에 앞서 중국의 부상을 경계하기보다 이를 긍정적으로 수용한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애써 왔다. 14일 일본에서 밝힌 ‘신아시아정책’에서도 “중국의 부상(굴기·崛起)을 우려하는 이들도 있지만 나는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더 큰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강해지고 부유해진 중국의 부상이 지역 발전의 동력원이기 때문에 미국은 중국을 봉쇄(contain)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미국 조야에 퍼진 중국 위협론을 제쳐 두고 중국의 부상을 용인한다는 이야기다. 중국인들의 우호적인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려 한 것이다. 이는 당면한 미·중 간 문제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안을 풀기 위해서는 중국의 적극적 동참과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이처럼 오바마가 중국에 공을 들이는 건 국제 질서 관리에 중국의 지지와 참여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전의 수렁에 빠진 미국으로서는 국제 금융위기에다 북한과 이란 핵 문제, 기후변화 등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중국의 도움이 절실하다. 이로 인해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사실상 모든 글로벌 이슈가 포괄적으로 논의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미·중 간 대화가 부드러울 수만은 없다. 중국 내 인권문제에다 엄청난 규모의 무역 불균형은 미국과 중국 모두를 불편하게 한다. 또 온실가스 감축을 둘러싸고 중국의 배출 수준 등을 어떻게 할 것인지도 이견을 보이는 분야다. 이런 상황이라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양측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이슈는 적극 제기하되 티베트 독립, 인권·종교의 자유 문제 등 이견을 보여온 사안들은 어물쩍 넘어갈 거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베이징·서울=장세정 특파원,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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