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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강동 등 8곳 재건축에 ‘28억 뒷돈 커넥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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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아파트가 밀집한 잠실의 재개발·재건축 과정에 비리가 만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합 임원뿐 아니라 경찰·공무원·변호사·대기업 간부 등이 줄줄이 얽혀 있었다. 서울 동부지검은 잠실의 재건축·재개발 단지 등 8곳에서 28억원의 뒷돈이 오간 사실을 밝혀내고 김 경감 등 9명을 구속했다고 15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전문 브로커들이 재개발 현장 곳곳을 돌며 돈 거래를 주도했다. 이 중 강모(38)씨는 잠실 1~3단지에 이어 성남 단대지구 등 4곳에서 경비용역 관리회사 선정에 관여해 2008년 1~8월 5억원을 챙겼다. 브로커 김모(42)씨는 잠실 2단지의 관리·창호업체 선정에 개입해 2억2000만원을 받았다.

특히 조합 임원들이 직접 공사업체 등에서 돈을 받는 대신 ‘다단계’처럼 여러 브로커를 통해 돈을 받는 수법이 동원됐다. ‘검은 돈’ 거래가 노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잠실 시영단지의 경우 관리·경비업체 부대표인 양모(43)씨가 2008년 2~6월 다른 하청업체 3곳에서 4억2000만원을 받았다. 그는 이어 창호업자 김모(50)씨와 인테리어 업자 김모(57)씨 등에게 돈을 줬다. 이 돈은 다시 조합장 고모(61)씨에게 건네졌다. 중간 브로커들의 수수료를 떼고 최종적으로 조합장 고씨에게 건너간 돈은 1억원이었다.

비리의 사슬엔 대기업과 공무원도 끼어 있었다. D건설 이모(47) 부장은 지난 2월 송파구 거여동 재개발 단지의 시공사로 선정된 뒤 조합 총무 김모(39)씨에게 대가로 2억원을 건넸다. H건설 이모(45) 부장은 지난해 9월부터 올 5월까지 강동구의 고덕 1단지 조합장 김모(52)씨에게 인테리어 무료 시공 등 300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줬다. 송파구청 지역개발과 공무원 김모(53·6급)씨는 2008년 2월부터 올 1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거여 재개발 단지의 조합 설립을 인가해주는 대가로 1700만원을 받았다.

이런 비리 구조의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민들에게 돌아간다. 뒷돈이 오고 가면 최종 분양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잠실 2단지의 한 조합원은 “입주 가구당 수백만원의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다. 이중희 형사6부장은 “이번에 밝혀진 28억원에 대해선 추징보전 명령을 내렸다”며 “다만 입주가 끝난 피해자들이 이미 낸 분담금을 돌려받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진주·이정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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