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클래식 책 고르려는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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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호 05면

우연일까요. 책에 대한 질문이 상담실에 이어졌습니다. 아이디 ‘peterpan’을 쓰는 분은 “클래식 책을 고르기 어렵다”고 했고, 이현중씨는 “감성적 음악 감상 대신 곱씹는 공부를 하고 싶다”는 e-메일을 보냈습니다. 자칫하면 평생 ‘입문만’ 하는 게 클래식입니다.우선 결론부터. ‘다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입니다. 음악 중에 ‘오페라’ ‘피아노 음악’ 같은 식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르를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 한둘을 정할 수도, 특정 시대의 음악만 공부할 수도 있습니다.

김호정 기자의 클래식 상담실

본격적인 음악 공부가 처음이라면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시공사)을 추천해 드립니다. 정신과 전문의인 박종호씨의 음악 사랑 고백입니다. 읽다 보면 음악을 찾아 듣고 싶어집니다. 바람직한 첫걸음이죠. 독특한 감상으로 초심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로는 『조윤범의 파워 클래식』(살림)도 좋습니다. 이런 책들에 장르 구분 없이 나열된 음악을 들으며 취향을 좁힐 수 있습니다.

이제는 음반을 찾아 들으세요. 슈베르트의 현악 4중주 중 14번 ‘죽음과 소녀’가 좋아졌다면 나머지 현악 4중주도 하나씩 들어 보세요. 혹은 이 작품의 2악장에 인용된 가곡을 찾아보면 어떨까요? 하이든ㆍ슈만의 현악 4중주를 비교하며 들어 봐도 좋죠.
음반 찾기에는 『죽기 전에 꼭 들어야 할 클래식 1001』(마로니에북스)을 추천해 드립니다. 혹은 현존하는 주요 CD를 매년 갱신ㆍ정리하는 두꺼운 카탈로그(『Gramophone Classical Music Guide』)도 좋습니다. 외국 서적 코너에 있습니다. 작품 목록, 연주자 소개는 옥스퍼드 출판사의 『그로브(Grove) 음악사전』이 높은 신뢰를 자랑합니다. 29권짜리 백과사전에 2만 건이 넘는 인물이 들었죠. 도서관이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예술자료관에서 찾아보세요. 최근 그로브 인터넷 사이트도 생겼다고 하네요. 물론 유료입니다.

좋아하는 작곡가ㆍ연주자가 생겼다고요? ‘듣기’ 단계를 착실히 밟으셨군요. 이젠 자서전ㆍ전기를 볼 차례네요. 피아니스트가 좋아졌다면 『위대한 피아니스트』(나남)를 읽어 보세요. 뉴욕 타임스에 기고했던 전설적 음악 평론가 해럴드 숀버그의 고전입니다. 다큐멘터리 제작자 브뤼노 몽생종이 예술가들을 다룬 책ㆍ영상도 애호가들에게 인정받았습니다. 성악가들은 국내 음악 칼럼니스트 유형종씨가 『불멸의 목소리』(시공사)에서 잘 정리했습니다. 작곡가 모차르트는 필립 솔레르스, 베토벤은 메이너드 솔로몬의 전기가 믿을 만합니다.

국내에서는 특허청 사무관인 김문경씨가 슈베르트와 말러에 대해 깊이 있는 책을 썼죠. 이제는 한 작곡가가 즐겨 쓰는 기법, 곡이 나온 역사적 상황에 의문이 생기나요? 이때 음악인들의 교과서, 도널드 그라우트의 『서양음악사』 (이앤비플러스)가 ‘검색 포털’ 역을 해 줄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소개는 고전 위주입니다. 이제 최신 서적 ‘업데이트’는 자유롭게 해 보면 어떨까요?

A 욕심내지 마세요, 차근차근 보세요

※클래식 음악에 대한 질문을 받습니다.
클래식을 담당하는 김호정 기자의 e-메일로 궁금한 것을 보내주세요.


중앙일보 문화부의 클래식·국악 담당 기자. 사흘에 한 번꼴로 공연장을 다니며, 클래식 음악에 대한 모든 질문이 무식하거나 창피하지 않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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