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역량만 키우고 타분야는 협력 '전략적 제휴' 봇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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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데이콤은 지난달 31일 안철수연구소와 천리안 가입자에게 컴퓨터백신 프로그램을 무료 배포키로 하는 내용의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이 회사는 이에 앞서 차세대 영상휴대폰(IMT2000)콘텐츠 제공과 관련해서는 골드뱅크·에스원 등 10개 기업과 손잡았다.

데이콤이 지난해 이후 맺은 전략적 제휴는 무려 50여건에 이른다.

기업간의 전략적 제휴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인터넷 벤처산업이 활성화되면서 기업 인수·합병을 통한 전통적인 사업확장 방식이 전략적 제휴로 급선회, 많게는 하루 10여건씩의 제휴가 발표되고 있다.

인터넷 업체끼리 또는 금융기관과 인터넷업체, 정부기관과 벤처기업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Off-line)을 가리지 않고 대규모 합종연횡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 실태〓인터넷 업체들간의 제휴는 물론 인터넷 업체와 오프라인 업체 사이의 제휴도 활발하다.

한솔CSN이 30여건의 제휴를 맺은 것을 비롯해 주요 인터넷 업체마다 10~20여건씩 제휴했다.

해외 업체와의 제휴도 적지 않다.한솔엠닷컴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제휴해 지분투자를 끌어냈고, 나래이동통신은 일본 소프트뱅크와 인터넷 사업에서 손을 잡았다.

온라인 업체와 오프라인 업체간의 제휴도 활발하다.지난달 현대·삼성·LG 등 8개 기업이 하나로통신·인터파크 등 온라인업체와 손잡은 것이 대표적.

투자펀드와 벤처기업간의 제휴도 늘고 있다. 최근 특징은 벤처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보장해주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펀드의 투자지분을 30% 이하로 하고 있다는 것. 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정보통신부는 우편·택배사업에서 우체국과 경쟁하고 있는 대한통운과 협력관계를 맺기로 했다.

▶ 왜 전략적 제휴인가〓LG경제연구원의 조준일 선임연구원은 "시장 선점을 위해 기업들이 아웃소싱 차원의 전략적 제휴를 하는 경우가 많다" 고 설명했다.

특히 기술력은 있지만 마케팅.영업능력 등에서 대기업에 비해 열세인 벤처기업으로서는 제휴를 통한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지오인터랙티브의 김병기 사장은 "벤처기업들은 핵심역량만 강화하고 나머지 분야에서는 비교우위를 가진 기업끼리 뭉쳐 장점을 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 말했다.

▶ 문제점〓인터넷주식이 각광받자 사업강화보다 주가를 띄우기 위한 목적으로 제휴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인터벤처의 유효상 사장은 "주가관리에만 신경을 쓴 제휴의 경우엔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정보를 주지 않아 피해를 주는 사례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 고 지적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을 위한 안전장치는 아직 마련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 전략적 제휴란〓복수의 기업이 독립상태를 유지하며 생산설비·마케팅·기술·네트워크·자본 등을 공유, 시너지효과를 기대하는 협력 형태. 최근 들어 고객이나 시장을 공유하는 형태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김종윤.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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