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연정 국제사회 '반발'…EU "외교단절"제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극우파가 참여한 오스트리아 새 연립정부의 출범이 지구촌을 달구고 있다.

연정반대 시위가 연일 극렬하게 벌어지는가 하면, 국제사회가 오스트리아와의 관계 단절에 나서는 등 후유증이 확대되고 있다.

◇ 연정 출범과 반대시위〓국제사회의 비난 속에 극우파 자유당과 보수계 인민당이 제휴한 연정이 출범한 것은 4일. 토마스 클레스틸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궁에서 볼프강 쉬셀 인민당 당수를 총리로 임명했으며 자유당과 인민당 출신 각료 10명으로부터 취임선서를 받았다. 자유당은 새 내각에서 수잔 리스파서 부당수가 부총리를 맡는 등 5개의 장관직을 차지했다.

조각(組閣)과정에선 두 가지가 눈에 띈다. 논란의 당사자인 외르크 하이더 자유당 당수가 연정에서 자리를 맡지는 않았으나 리스파서가 그의 대리인 역할을 하게 된 것과 자유당이 재무.국방.법무 등 요직을 차지한 점이다. 연정에서 자유당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커졌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연정의 공식 출범과 함께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에서는 연정에 반대하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5천여명의 시위대는 5일 인민당 당사로 진출, 계란과 병을 던지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고, 경찰은 물대포를 사용하며 이를 저지했다.

이 과정에서 50여명의 부상자가 속출했으며 수십대의 경찰 차량이 파손됐다. 6일 스웨덴에서는 괴한들이 오스트리아 영사관에 난입, 돌로 건물 유리창을 깨트렸다.

◇ 국제사회의 제재〓유럽연합(EU)회원국들은 오스트리아와 외교관계 단절 등 전례없는 제재조치에 착수했다.

핀란드는 연정출범 한시간 전에 오스트리아와의 관계를 공식 중단했다고 발표했으며, 독일.스웨덴.노르웨이 외무부도 외교접촉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EU의장국인 포르투갈의 안토니오 구테레스 총리는 "오스트리아의 회원자격을 중지시키는 등 EU제재가 적용될 것" 이라고 경고했다.

"하이더의 정치강령이 EU의 근본정신에 위반된다" (존 쿡 영국 외무장관), "제재를 즉각 단행하겠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는 유럽 주요 강국들의 경고도 잇따랐다.

EU 밖 국제사회의 강경 조치도 나왔다. 미국은 오스트리아 주재 미 대사를 소환함과 동시에 오스트리아와의 접촉을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이스라엘은 하이더의 이스라엘 방문을 금지했다.

이에 쉬셀 총리는 "히틀러가 부활할 조짐이 전혀 없는데도 일부 국가들이 이를 문제삼은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 고 선언했다.

하이더도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좌파들이 정치를 초토화하려 한다" 고 항변했다. 클레스틸 대통령은 "연정에 기회를 달라" 며 읍소작전을 펴고 있다.

정선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