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표심 튀어야 잡는다" 정치권 대공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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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치가 친척간의 안방 화제에 오르게 마련인 설을 맞아 각 정당과 출마 예상자들이 총선 승리를 위한 대대적 '설날 대공세' 에 나섰다.

특히 여야가 설 직후 본격적인 공천에 나설 예정이어서 출마 희망자들도 인지도 높이기에 막판 비법(秘法)을 총동원하고 있다.

선거구 통합 예상지역에서는 인접지역을 파고드는 노골적인 월경(越境)사태도 빈번하다.

◇ 이색행보〓이번 주초까지 지역구(청양-홍성)내 5백15개 부락의 3회 순회를 마친 자민련 이완구(李完九)의원은 설날에는 오히려 서울로 올라오는 경우. 설 연휴에 의정보고회를 열면 역효과라는 판단 아래 서울 자택에서 지역구 전화 순례를 할 계획이다.

서울 관악갑 출마를 준비 중인 민주당 이훈평(李訓平)의원도 고향인 목포에서 지역구 지인(知人)들을 향해 하루 70~1백여통의 전화세배를 할 예정. 향수를 자극한다는 전략이다.

민주당 서울 강서을 공천 신청자인 장성민(張誠珉)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은 경로당.시장 방문을 위해 5종의 각기 다른 삽화명함을 준비.

경로당용으로는 자신이 할머니를 업고 있는 삽화를, 시장용으로는 장바구니를 들고 있는 캐리커처를, 음식점 방문용으로는 요리사 복장을 한 그림을 넣었다.

한나라당 박승국(朴承國.대구 북갑)의원은 지구당 당직자들에게 제수용 술을 한병씩 선물하면서 이미 배포한 의정보고서 내용을 설 연휴 동안 화제로 삼을 것을 당부. 민주당 박정훈(朴正勳.임실-순창)의원도 당직자에게 지난 4년의 의정활동을 교육시켜 구전 홍보요원으로 활용할 계획.

전주 완산 출마를 위해 민주당에 공천 신청한 김현종(金鉉宗)전 청와대 국장은 자신의 홈페이지 내에 '그리운 사람 찾아주기' 라는 인터넷사이트를 개설했다.

자민련 한영수(韓英洙)부총재로부터 공천 도전을 받은 서산-태안의 변웅전(邊雄田)의원은 김종필 명예총재의 바쁜 틈을 쪼개 단독 면담한 뒤 지역구에 내려가기로 했다.

◇ 통합예상지역 넘보기〓자민련의 김종호(金宗鎬.괴산).정우택(鄭宇澤.진천-음성)의원은 선거구가 합쳐질 운명이어서 신경전이 치열하다.

鄭의원은 설 연휴 중 진천 생활권인 괴산의 증평지역을 우선 집중공략, 조직망을 구축한다는 공세적 전략이다.

지난 1일 두 의원이 만나 교통정리를 시도했으나 "비례대표로 나가달라" (鄭의원), "미안하지만 포기 못한다" (金의원)고 결렬된 데 따른 정면승부인 셈이다.

한나라당 임진출(林鎭出.경주을)의원도 갑.을 통합에 대비, 연휴기간 중 갑지역의 사회복지시설인 실로암.나자렛원.대자원 등을 집중 순회한다는 복안. 갑.을이 합쳐질 대전 동을의 자민련 이양희(李良熙)의원도 "선거법 범위 내에서 최대한 움직임을 확장하겠다" 며 자민련을 탈당한 김칠환(金七煥.대전 동갑)의원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민주당 이석현(李錫玄.안양 동안을)의원도 이미 갑지역(최희준 의원)쪽의 민원을 접수하면서 인맥 구축에 나섰다.

◇ 낙천 명단 여파〓경쟁자가 시민단체 리스트에 오른 지역구는 이를 구전 홍보하는 네거티브 전략도 감지되고 있다.

경북지역의 한 초선 의원은 선거구 통합지역의 상대 의원이 시민단체 리스트 3관왕에 오른 사실을 은근히 당원들에게 상기시키며 반사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반면 시민단체에 항의하며 단식농성 중인 김상현(金相賢)의원에게 공천 도전한 민주당의 우상호(禹相琥)부대변인은 "선배가 단식 중인데 설치고 다닌다는 비난의 우려가 있다" 며 연휴기간 중은 공개 활동을 자제한다는 역(逆)전략을 세웠다.

최훈.이수호.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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