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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첸반군 가족 억류 '역인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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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러시아 인질극 현장 비디오 공개
러시아 북(北)오세티야 학교 인질극 초기에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비디오 테이프가 7일 러시아 NTV에 의해 처음 공개됐다. 인질범들이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87초짜리 이 테이프에서 선생님으로 보이는 중년의 러시아 여성이 어린이 두명의 손을 잡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

▶ 학생과 학부모 등 인질 1000여명이 체육관 바닥에 빼곡히 앉아 있는 가운데 인질범들이 바닥에 폭발물을 장착하는 모습이 모인다. 체육관 바닥 곳곳에는 핏자국과 피를 흘리는 시신을 끌고 간 듯한 흔적이 보인다.

▶ 체육관 벽의 농구대에 전선으로 연결된 폭발물이 설치돼 있고, 인질들이 불안한 모습으로 앉아 있다. [NTV]

러시아 당국이 북(北)오세티야 학교 인질극 당시 체첸 반군들의 친.인척들을 인질들과 맞교환하기 위해 '역인질'로 붙잡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LA 타임스는 7일 "인질극 발생 다음날인 2일부터 사흘 동안 체첸 반군 지도자 친.인척 40여명이 러시아군에 의해 무자비한 방법으로 끌려가 억류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주로 체첸 반군 최대 지도자 아슬란 마스하도프의 처가 식구들을 비롯한 친.인척, 반군 야전사령관 샤밀 바사예프와 도쿠 우마로프의 친.인척 등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네살배기 어린이와 젖먹이 아기들까지 포함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마스하도프의 장인 하바시 세미예프(67)는"2일 새벽 6시 러시아군이 갑자기 출입문과 창문을 부수고 들이닥쳐 잠자고 있던 나와 아내, 아들 내외, 7~9세 손자 3명, 누이 등 가족 모두를 군용트럭에 태운 뒤 체첸 내 러시아군 사령부로 끌고 갔다"고 전했다. 세미예프는 "잠옷 바람으로 끌려간 가족들은 24시간 동안 양손을 뒤로 묶이고 무릎을 꿇은 채 머리를 땅에 박은 상태로 갇혀 있었으며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사람은 발길질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러시아 당국이 베슬란 학교에 붙잡힌 인질들과 우리를 교환하려 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모스크바=유철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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