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우정공사 4개사로 쪼개 민영화하기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수신고 350조엔, 전국에 2만4778개의 점포망'.

민간 금융기관을 압도하는 '초(超) 메가뱅크'인 일본 우정공사의 민영화가 우여곡절 끝에 가닥을 잡았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가 이끄는 경제재정 자문회의는 우정공사를 4개 사업부로 쪼개는 방안을 만장일치로 확정하고 10일 내각회의에서 승인받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07년 4월부터 우정공사는 ▶우편▶우편저금▶간이보험▶창구망 등 독립된 4개 회사로 분할된다. 또 신규 예금에 대한 정부 보증을 폐지하기로 해 우체국으로만 몰리던 자금흐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 왜 민영화하나=우체국 예금(227조엔)과 간이보험을 합친 우정공사의 수신고 350조엔은 일본 개인 금융자산 총액의 4분의 1에 이른다. 정부가 지급 보증을 해주다 보니 주식 등 리스크 상품을 기피하는 일본인들이 대거 돈을 맡긴 때문이다. 뭉칫돈에 비해 자금 운용의 효율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대부분 국채 매입이나 재정투.융자 자금으로 쓰이다 보니 국.공영 특수법인에만 흘러가고 민간 기업에는 투자되지 않고 있다. 상당액은 도로공단 등 특수법인의 방만한 경영으로 부실화했다. 민영화를 통해 우정공사 자금의 이런 잘못된 흐름을 바로잡아 일본 경제 활성화를 돕자는 게 첫째 목표다.

◆ 어떻게 하나=민영화 초기에는 정부가 100% 투자하는 지주회사 밑에 독립된 4개 법인을 둔다. 우편예금과 간이보험 부문은 투신상품 등 모든 금융상품을 취급하고 자금 운용도 전면 자유화한다. 또 신규 가입분에 대해서는 정부 보증을 폐지해 우체국으로의 과도한 자금 집중을 막고 지금까지 '가계→우정공사→특수법인'의 왜곡된 자금 흐름을 '가계→금융권→기업'의 정상 흐름으로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2017년까지 우편을 제외한 부문은 지주회사의 주식을 민간에 매각해 완전 독립시킬 계획이다. 직원들은 공무원 신분에서 민간인 신분이 된다.

◆ 남은 과제는=여당인 자민당 내에서부터 반대파가 많다. 최대의 '집표기(集票機)'였던 우정공사가 민영화하면 자민당에 등을 돌릴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들의 반발을 무마하는 게 큰 과제 중 하나다.

일반 국민의 무관심도 문제다. 특히 농촌.도서 지역에선 "적자 경영인 소규모 우체국이 없어져 더 불편해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높다.

우정공사 민영화는 고이즈미 총리가 2001년 취임 직후부터 최대의 개혁과제로 삼고 추진해 왔으나 "우편 사업은 공공재여서 민영화 대상이 아니다"거나 "아직 이르다"는 등 보수세력의 저항에 부딪혀 실행이 늦춰져 왔다. 개혁 당사자인 우정공사 측은 최근까지도 "민영화하더라도 한 울타리 체제는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고이즈미 총리가 단호하게 분할안을 밀어붙였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