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애니메이션 완벽한 조화 '환타지아 2000' 선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1940년 11월13일 뉴욕 브로드웨이 극장. 스피커 90개가 관객을 에워싼 가운데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 지휘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가 월트 디즈니의 만화영화 '환타지아' 를 라이브로 첫선을 보였다.

로스앤젤레스의 한 레스토랑에서 우연히 만난 디즈니와 스토코프스키는 처음에 뒤카의 '마법사의 제자' 만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생각이었으나 일이 커졌다. 2백30만달러의 제작비를 들 8채널로 녹음된 최초의 스테레오 영화를 만든 것이다.

보수적인 음악인들은 이 영화가 과장된 편곡으로 원곡을 훼손했으며 음악에 특정 이미지를 강요함으로써 음악의 순수성을 위협했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었다. 56년 컬러를 입혀 재개봉했고 91년 비디오로도 출시돼 베스트셀러가 됐다.

지난 해 12월 17일 뉴욕 카네기홀. 제임스 레바인이 지휘하는 런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가 '환타지아 2000' 의 사운드 트랙을 영상과 함께 초연했다.

월트 디즈니사가 60년만에 다시 만든 '환타지아 2000' 은 최초의 아이맥스용 장편 영화(러닝타임 1시간 15분)다.

올해초 미국내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개봉된데 이어 레바인 지휘의 시카고심포니의 라이브 연주와 함께 런던 로열알버트홀.도쿄 오차드홀.파리 샹젤리제 극장 등지에서 순회 상영 중이다. 일반 영화관에는 미국에서 오는 6월, 국내에는 7월께 개봉될 예정이다.

소니 클래시컬 레이블로 출시된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앨범은 최근 '빌보드' 지 클래식 차트 2위에 뛰어올랐다.

'환타지아' 를 컬러영화로 다시 만들고 싶다는 월트 디즈니의 유언에 따라 새로 선보인 '환타지아 2000' 는 클래식 메들리와 애니메이션의 완벽한 결합으로 평가된다.

40년 오리지널 버전에 흘렀던 8곡 중 미키 마우스가 등장했던 뒤카의 '마법사의 제자' 만 신작에 남았고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 d단조' ,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 베토벤의 '전원교향곡' , 폰키엘리의 '시간의 춤' , 무소르그스키의 '민둥산의 하룻밤' ,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 등은 교체됐다.

새로 포함된 곡은 베토벤의 '교향곡 제5번' ,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 ,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 , 생상의 '동물의 사육제' , 레스피기의 '로마의 소나무' ,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 , 스트라빈스키의 '불새' 등이다.

1백10명의 대편성 오케스트라가 동원된 레코딩 과정에서 베토벤 교향곡 제5번은 스펙터클한 음향을 빚어내기 위해 원곡 악보에다 플루트.트럼본을 추가로 보태 편곡됐다. 또 '위풍당당 행진곡' 은 PDQ바흐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피터 쉬클리의 코믹한 편곡으로 꾸몄다.

특히 '랩소디 인 블루' 는 20년대 뉴욕 지하철을 배경으로 도시인들의 캐리커처를 그렸고 '로마의 소나무' 에는 고래가 헤엄치는 바다 밑 풍경이 등장한다. MTV세대를 위한 클래식 입문으로 적격인 영화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