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옥 문예진흥원장 "문화는 '고객'이 든든해야 발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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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원로 연극인 김정옥(68.예술원 회원)씨가 지난 24일 문예진흥원장에 새로 취임했다.

경제는 갈수록 나아진다지만 깊은 겨울잠에서 깨어날 기미가 없는 문화계를 어떻게 보조해 나갈지 기대된다.

더욱이 '문화의 시대' 라는 2000년대의 첫 문예진흥원장이라 남다른 주목을 받고 있다.

김원장도 이를 의식한 듯 처음부터 문화의 중요성을 얘기한다.

"누구나 문화, 문화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문화의 시대라는 구호는 아직 희망에 불과합니다. 국내의 문화 인프라가 너무 취약하거든요. 문예진흥기금도 그래요. 별로 늘어나지 않잖아요. 일단 문화의 텃밭을 키운다는 뜻에서 사회 각계로부터 많은 기금을 끌어들이려고 합니다. "

현재 3천2백억원 수준인 문예기금을 2004년까지 4천5백억원 규모로 확대하겠다는 것. 그것도 가급적 빨리 목표를 달성해 문화계 전반이 순조롭게 돌아가도록 3년 임기 동안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지원 원칙은 분명히 했다.

연극.음악.문학 할 것 없이 모두가 힘겨운 처지에서 어느 한쪽을 편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특히 어려움을 호소하는 분야를 '언 발에 오줌누기' 식으로 도와주는 임시방편 방식을 지양하고, 문예진흥원이 능동적으로 나서 예술계 전체를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올려놓기 위해 체계 잡힌 지원제도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문화 수용자 확대입니다. 문화는 예술가 혼자 즐기는 것이 아니거든요. '고객' 이 든든해야 문화도 확대 재생산이 가능합니다. "

예컨대 그는 연극의 경우 문화관광부와 협의해 '사랑의 티켓' 예산을 늘이겠다고 했다.

'사랑의 티켓' 은 관람료의 일부를 문예기금에서 보전해주는 제도. 관객으로선 그만큼 저렴하게 연극을 감상하게 된다.

일단 극장을 찾아와야 연극에 대한 애정도 생긴다는 취지에서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김원장은 문예진흥원의 최우선 과제로 문화계의 '과실' 을 기꺼이 찾아 먹으려는 문화 소비자의 확충를 꼽았다.

물론 조건이 있다.

문예진흥원의 자기혁신이다.

그는 공무원 체질이 강한 직원들의 전문성을 향상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우선 문예회관 극장이나 전시장 등에서 일하는 실무인력의 전문성을 키워 그들이 일을 찾아 나서도록 채찍질할 계획입니다. "

연극 현장에서만 일해와 행정경험이 부족한 것은 아니냐고 묻자 "극단 자유대표.중앙대 예술대학장.연극협회 이사장.국제극예술협회(ITC)이사장 등을 역임하며 쌓은 노하우를 최대한 살려 성의껏 일하겠다" 고 답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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