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1인3역 한국축구 '보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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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북중미 골드컵 출전대표 명단을 확정짓기 위해 25일 소집된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아무도 박지성(19.명지대)의 합류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경험이 적고 시야가 좁다는 비판은 호주 4개국 친선대회 이후 완전히 수그러들었다. 이로써 박은 청소년(19세이하).올림픽.국가대표를 모두 겸하는 최초의 선수가 됐다.

몸이 두개라도 부족하겠다는 주위의 걱정은 "내 몸은 이미 국가에 헌납했다" 는 말로 일축했다.

박은 지난해 3월 올림픽대표팀-명지대간의 연습경기 중 허정무 감독의 눈에 띄어 태극마크를 달았다. 장래성만을 보고 과감하게 발탁한 허감독도 최근 박의 기량이 일취월장하자 놀라고 흐뭇해 한다.

박은 호주 4개국 친선대회에서 놀라운 변신을 했다. 같은 포지션인 왼쪽 윙백 이영표의 그늘에 가려 벤치를 지켜야 했던 박은 이번 대회를 통해 수비형 미드필더로 다시 태어났다.

주장 김도균과 함께 경기의 전반적인 흐름을 꿰뚫고 전방 공격수에 볼을 찔러주는가 하면 전후좌우를 헤집는 수비 커버플레이로 결정적인 위기를 수차례나 막아냈다.

9일 이집트전에서는 이영표를 대신해 왼쪽 윙백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전천후 플레이어의 가능성도 보여줬다.

공격력도 크게 향상됐다. 12일 나이지리아전, 15일 호주전에서는 위협적인 슛으로 기선을 제압했고 두 경기 연속 칼날같은 패스로 이동국.설기현의 선취골을 이끌어냈다. 네게임에서 어시스트만 5개를 기록했다.

박의 최대 장점은 기관차같이 쉴새없이 뛰는 체력과 유연성. 심폐기능도 탁월하며 패싱능력과 시야도 눈에 띄게 향상됐다.

과단성과 게임리딩 능력이 부족한 것이 단점이지만 나이가 어리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문제다.

허정무 감독은 "상대 공격을 일선에서 저지하는 것은 물론 재치있는 패스로 팀 공격의 물꼬를 튼다" 며 ' "좀더 다듬으면 고종수 같은 대표팀의 플레이메이커가 될 가능성이 크다" 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은 지난해 처음으로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던 날 부모님이 주신 편지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힘들고 지칠 때면 "언제나 초심(初心)을 잊지 않고 성실히 하면 반드시 성공한다. 자랑스런 내 아들아" 라는 부모님의 충고를 되새기곤 한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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