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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이론지 '여/성이론' 2호 발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여성이 남성에 대한 복종을 복종이라 느끼지 않고 오히려 스스로 복종을 재생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여성문화이론연구소가 내놓은 반연간지 '여/성이론' 제2호를 관통하는 물음이다.

가정이나 직장 내에서 '여성이 여성의 적' 이 되도록 만드는 장치가 무엇인지를 문화적인 시각에서 분석하자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글이 바로 고갑희(한신대)교수의 '성장치와 여성주의 문화론-구분하기,가로지르기, 바꾸어내기' 이다.

고 교수는 여성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여성 주체를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서는 그 주체를 형성하는 제도와 생활세계, 그리고 상징체계인 문화를 먼저 분석해야 한다고 말한다.

성차별 문화가 의식 뿐 아니라 무의식 속에도 뿌리를 내리게 만드는 체제를 구조적으로 분석하는 문화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고 교수는 이같은 문화론을 이루는 축의 하나로 '성장치' 라는 개념을 도입한다.

성차별적인 문화가 자발적으로 정착되고 재생산될 수 있도록 만드는 장치를 말한다.

신체와 가족.시장.서사.국가.미디어.정보.교육.종교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 글에서는 여성앵커 백지연의 친자확인 해프닝과 유교.김지하의 율려사상.LG카드 광고를 예로 들며 성장치가 어떤 과정을 거쳐 기능하게 되는지를 단편적으로나마 보여준다.

한 여성의 정절을 사회적으로 확인한 백지연 사건은 이혼 후에도 아이의 부계를 증명해야 하는 우리 사회의 가족.언론 장치가 어떻게 한 여자의 신체를 통제하는지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공인 여성의 신체를 통제함으로써 다른 여성들까지 통제할 수 있게 됐다고 고교수는 주장한다.

한편 노승희(전남대)교수의 '옷로비에 대한 보고서-소비, 권력, 욕망의 스텍터클' 에서는 지난해 한국을 떠들썩하게 만들 었던 옷로비 사건을 여성주의적 시각으로 분석해 눈길을 끈다.

또 김명혜(동의대)교수의 '텔레비젼 드라마 속의 로맨스' 는 텔레비전 드라마의 변화의 기류를 읽어내고 있다.

지난해 8.9월에 방영된 드라마 '유정' 과 '눈물이 보일까봐' '파도' 등을 예로 들었다.

이 드라마들은 청춘남녀의 전유물이었던 로맨스를 중년층에 확대하면서, 한 번만 결혼할 것을 강요하는 유교적 관습에 저항하는 중년 여성의 개인적 욕망을 다뤘다는 점에서 변화의 기류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지난해 4월 창간한 '여/성이론' 은 여성현실을 변화시키려는 의지를 담은 본격 페미니즘 이론지이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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