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지적 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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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소칼 어페어(사건)' 로 불리는 20세기 최고 '지적 사기(詐欺)논쟁' 이 국내에도 이어질 것인가.

1997년 미국 뉴욕대 물리학과 앨런 소칼교수는 자신의 저서에서 프랑스 현대 철학의 난해성을 사기행위라고 정면으로 비판해 화제를 모았었다.

문제의 책 '지적 사기' (이희재 옮김.민음사.1만3천원)가 번역됐다.

소칼은 벨기에 루벵대 물리학과 장 브리크몽 교수와 함께 펴낸 이 책에서 "자크 라캉.줄리아 크리스테바.장 보드리야르.질 들뢰즈 같은 유명 지식인들이 납득할 만한 설명 없이 과학적 개념을 틀리게 사용하고 있으며 과학에 문외한인 독자에게 이 개념을 정확한 뜻조차 밝히지 않고 쏟아놓는다" 며 맹공을 퍼붓는다.

이 책은 프랑스 철학의 대가 9명을 선정, 이들이 과학개념을 오남용하는 사례를 일일이 지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위상기하학(수학의 한 전문분야)과 정신분석학을 연결시키려는 라캉의 시도는 하찮은 지식을 과시하고 의미가 결여된 문장을 조작한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한마디로 현대 프랑스 철학자들은 빈약한 내용을 난해하고 위압적인 과학용어로 포장해 독자의 기를 죽이는 '사기꾼' 이란 것이다.

이를 두고 프랑스 철학에 이해가 깊은 이들은 철학사적 전통을 모르는 소칼의 만용이라며 흥분할지 모른다.

하지만 소칼의 비판은 1990년대 이후 프랑스 열풍이라고 할 만큼 많은 영향을 받아온 우리 지식사회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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