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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이라야 제맛" 기장 미역·포항 과메기 별미여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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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갯바위를 때리며 부서지는 파도. 멀리 바다위로 태양이 민둥머리를 내밀면 자그마한 어선들이 다투어 포구를 빠져 나간다. 대대로 내려온 마을앞 어장(漁場)에 닿으면 차가운 바닷물속에서 분주하게 겨울을 건져내는 일과가 시작된다.

임금님의 진상품으로 전해오는 과메기와 기장미역은 경상도를 대표하는 겨울식품. 지금 부산과 포항은 기장미역과 과메기가 한철이다.

기장의 대표적 갯마을인 공수부락(부산시 기장군 기장읍 시랑2리)은 기장미역의 주산지. 부인들의 산후와 생일날 국으로 끓이거나 생미역을 살짝 데쳐 초장에 찍어 먹는 미역은 해조류다.

미역은 칼슘을 함유한 강알칼리성 식품으로 피를 맑게 하고 변비를 예방할 뿐 아니라 항암효과도 있다.

특히 해조류를 많이 섭취하는 한국.일본등 동북아시아 여성들은 미국 여성보다 유방암 방병률이 3배이상 낮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미역농사는 수온이 영상 20도 이하로 떨어지는 9~10월경 손톱만한 종묘를 입식(入殖)시키면서 시작된다. 1백일이 지나면 1백20여㎝의 크기로 자라며 매년 12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미역채취를 한다.

30여년간 부인과 함께 미역양식을 해온 김보생(60)씨는 "우리 마을 앞바다는 바닥이 암반으로 형성돼 있어 물이 맑고 조류가 세 플랑크톤이 풍부하다.

미역양식의 최적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지요. 기장미역은 잎이 좁지만 윤기가 나고 탄력이 있는 데다 쫄깃쫄깃한 맛이 일품" 이라고 자랑이 대단하다.

그러나 수온이 높거나 늦은 태풍이 몰려오면 한해 농사를 망치기 일쑤다. 공수부락에서 가장 크게 미역양식을 하는 박석대(44)씨는 "지난해 가을 태풍 바트가 난류를 몰고오는 바람에 미리 입식시킨 미역종묘가 죽어 마을 주민 대부분이 피해를 봤다" 고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이곳에서 채취되는 미역은 대도시의 농수산물센터로 실려가 저녁이면 소비자들의 식탁에 올려진다. 또 햇볕에 말린 건미역이나 소금에 절인 염장미역으로도 판매된다.

80년대 후반까지 기장미역의 70%는 염장가공해 일본에 수출했으나 지금은 중국산 미역에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선이 끊어진 실정이다.

4~5일간 햇볕에 말리는 건미역과 달리 염장미역은 뜨거운 물에 삶은 후 소금에 약 3일간 절여 미역줄기를 따고 잎만 물에 헹궈 다시 말리는 것이 다르다.

건미역은 국을 끓였을 때 진한 맛이 우러나지만 염장미역은 맛이 떨어진다. 그러나 염장미역은 장기간 보관이 용이하고 한번 먹을 양만큼 포장돼 있는 것이 장점이다.

구룡포인근 강사리(경북 포항시 대보면)마을의 아낙네들은 겨울에 꽁치를 말리느라 바쁘다.

포항지방의 기후는 밤낮의 기온차가 심한데 동해 연안에서 잡은 자잘한 꽁치를 바닷바람에 얼렸다 녹였다 반복해 말린 것이 과메기다. 과메기는 이곳의 독특한 기후때문에 비린내가 없고 쫀득쫀득해 술안주로 제격이다.

구룡포일대는 청어의 산란지로 유명했는데 이곳에서 잡은 청어를 갈무리기 위해 황태처럼 덕장에 매달아 말린 것이 과메기의 시초다. 해방후 청어가 발길을 끊자 지금은 꽁치를 과메기의 주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머리를 자르고 가시.내장을 발라 먹기 좋게 말린 것을 과메기, 통째로 말린 것을 엮거리라고 부른다. 과메기는 보통 2~3일, 엮거리는 1주일정도 해풍에 말린다.

과메기는 등푸른 생선 특유의 코발트빛이 껍질에 파르라니 남아 있고 기름진 살은 투명한 갈색으로 윤이 잘잘 흐르는데다 맛이 좋고 영양가가 풍부한 식품이다.

특히 불포화지방산인 DHA(도코사헥사엔산.뇌의 기억학습 중추의 구성물질로 혈전예방의 효과가 있다)를 함유하고 있어 성인병예방에 좋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냥 먹어도 좋지만 마른 김이나 생미역에 싸서 초고추장에 찍어먹는 맛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어 포항사람들은 겨울철 별미음식으로 손꼽는다. 그러나 비위가 약한 사람은 처음에는 먹기가 거북하므로 구워먹는 것도 한 방법이다.

포항에는 과메기덕장이 즐비한데 그중 일출과메기덕장(0562-284-7555)이 규모가 가장 크다. 장기곶등대에서 일출을 감상하고 바로 들릴 수 있다. 이곳에서는 크기에 따라 1두름(20마리)을 6천~8천원에 판매하고 있다.

포항과메기 경인유통(032-684-1162.경기도 부천시 도당동)은 수도권에 거주하는 소비자를 위해 집에까지 배달해준다.

김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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