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연수원의 추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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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나라당이 연수원을 새로 마련한다. 장광근 사무총장은 11일 시·도당위원장-사무처장 연석회의에서 “이번 재·보궐 선거를 치르면서 연수 교육의 필요성을 새삼스레 깨달았다”면서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 상시적인 전용 연수원을 마련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에 연수원은 조금 특별하다. 두 번의 대선 패배 뒤 10년 만에 집권에 성공한 한나라당의 절치부심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15대 대선서 패했을 당시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천안연수원을 내놓았지만 살 사람이 나타나지 않아 애를 먹었다. 급기야 2년 뒤인 1999년 하순봉 당시 사무총장이 국민회의를 향해 “여당이 연수원을 사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을 정도다.

16대 대선 패배 뒤에는 불법 대선자금 사건으로 ‘차떼기 정당’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2005년 박근혜 당시 대표는 “부정적인 과거와 절연하겠다는 당의 진심을 국민이 받아달라”며 연수원을 국가에 헌납했다. 천안연수원은 2003년 한국감정원의 감정가가 622억5000만원이었다. 2005년엔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방침이 발표된 이후라 최소 1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됐다. 지금은 해양경찰학교 캠퍼스로 사용 중이다.

집권 후 벼르고 별러 마련하는 연수원이지만 옛날처럼 번듯하긴 힘이 들 것 같다. 장 총장은 “천안연수원처럼 어마어마한 연수원은 언감생심 생각할 수도 없다 ” 고 말했다. 당은 ▶폐교를 리모델링하거나 ▶기업연수원을 장기 임대하는 방안 등을 놓고 고민 중이다.

재원 확보가 가장 큰 문제다. 폐교 리모델링의 경우 연간 70억원, 장기 임대의 경우 30억원 가까이 필요하다. 4월 의원연찬회에서 장 총장이 “외국처럼 정성을 표시한 분의 이름을 붙여서 ‘박희태 세미나 룸’ ‘정몽준 세미나 룸’을 만드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고민이 있어서다. 한나라당은 우선 장 총장과 이군현 중앙위의장, 조진형 재정위원장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연수원준비위원회를 꾸리기로 했다.

선승혜 기자 sun@jo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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