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정위 민간위원이 선거지도 바꾼다"…정치권 분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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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시민단체의 바람이 국회 선거구획정위에도 불어닥쳤다.

25일 오전 위원회 회의실(국회 123호)을 나서던 한 국회 직원은 "민간위원들이 선거지도를 완전히 뒤바꾸고 있다" 고 말했다. 이같은 조짐은 현실로 드러났다.

이날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한흥수(韓興壽)위원장과 박진도(朴珍道.참여연대연구소장).이실(李實.경향신문주필).김성기(金成基.대한변협부회장)위원 등 민간위원 4명은 전날 예고했던 대로 폭탄선언을 했다.

"정치권이 정치개혁을 하겠다는 당초 약속을 지켜 지역구 의석을 지금보다 최소한 30석은 줄여야 한다" 고 주장한 것. 민간위원들은 이런 전제하에 인구 상.하한 기준으로 9만~35만명을 제시했다.

민간위원들의 9만~35만안 대로라면 전체 지역구 의석은 26~31석이 줄어든다. 지역별로는 호남 8석, 충청 4석, 영남 13석 등이 각각 줄게 된다.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3당 총무들까지 나서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민주당 박상천(朴相千)총무는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총무에게 전화를 걸어 대처방안을 숙의했다.3당 총무간 합의했던 당초 안은 7만5천~30만명. 정치권은 일단 민간위원들의 요구가 무리하다는 점부터 부각시켰다.

3당 관계자들은 "하한선을 9만명으로 올릴 경우 줄어들 선거구는 대부분 농촌지역" 이라며 "이럴 경우 선거구가 없어지게 될 농촌지역 유권자들이 가만히 있겠느냐" 고 지적했다.

반면 민간위원들은 "전체의원수(2백99명)를 10% 감축하겠다던 정치권 약속을 근거로 산출한 기준" 이라며 이같은 요구를 반드시 반영하겠다고 고집했다.

결과는 민간위원들의 승리였다.

민간위원들의 요구를 거부할 경우 정치개혁을 외면한다는 여론의 비판이 부담으로 작용한 나머지 오후 들면서 새천년민주당과 자민련이 민간위원들의 요구를 수용키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만이 당론으로 끝까지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때문에 표결 결과 7명의 위원들중 한나라당 변정일(邊精一)의원을 제외한 6명이 모두 9만~35만안에 찬성, 6대1로 가결됐다.

이렇게 함으로써 획정위는 9만~35만명 기준에 맞춰 이제 개별 선거구의 통합과 분구를 조정하는 문제만 남겨놓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은 앞으로 또 한바탕의 소용돌이 속에 파묻힐 것 같다.

수용여부를 재론할 여야 총무회담, 그리고 국회 본회의에서 '이같은 선거구 조정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의원들의 반발은 물론 선거구가 없어질 농촌지역 유권자들의 반발까지 예상되기 때문이다.획정위 통과 과정에서 벌써 한나라당은 당 차원에서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나선 상태다.

특히 선거구 획정위가 지역구 의석을 30여석 정도 줄이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전체 의원정수 감소 논의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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