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은 무슨, 잘하면 되지 뭐 …” 해외 여자골퍼들 씩씩한 U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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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주[중앙포토]

해외로 진출했던 여자골퍼들이 국내로 U턴하고 있다. LPGA투어에서 활약 중인 홍진주(26)·임성아(25)와 일본 투어에서 뛰고 있는 구윤희(27)·배재희(26) 등이 국내 복귀를 결심했다. 이들은 24일 전국 무안 골프장에서 개막하는 내년도 시드 선발전에 출전하기 위해 최근 KLPGA투어에 원서를 접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내년도 출전 선수를 결정짓는 시드 선발전은 올해 KLPGA투어 상금랭킹 50위 이내에 들지 못한 선수 등 모두 338명이 출전해 나흘 동안 지옥의 라운드를 펼쳐야 한다. 최소한 40위 안에는 들어야 내년도 전 경기 출전권(풀카드)을 따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파들의 남모를 고충=여자 골퍼들은 대부분 최고의 무대인 미국 LPGA투어 진출을 꿈꾼다. 그러나 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의 고충도 크다. 무엇보다도 ‘돈’ 문제가 걸림돌이다. LPGA투어의 경우 1년에 투어 경비로 평균 15만~20만 달러(약 1억7000만~2억3000만원)를 쓴다. 일본에서 뛰는 선수의 경우에도 보통 800만~1000만 엔(약 1억~1억2000만원)의 투어 경비가 든다.

상금을 받는다 해도 세금이 30%나 되기 때문에 손에 쥐는 돈은 많지 않다. 지난해 LPGA투어에서 상금으로 100만 달러를 벌었다면 세금과 경비를 제하고 실질적으로 손에 쥔 금액은 60만 달러 정도에 불과하다. 최소한 상금랭킹 35위(37만 달러) 안에는 들어야 ‘흑자’라는 이야기다. 일본의 경우에도 상금랭킹 50위(1300만 엔) 이내에 들어야 적자를 면할 수 있다. 현재 L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46명의 한국 선수 가운데 상금랭킹 35위 안에 든 선수는 13명에 불과하다. 절반 이상이 손해를 보면서 미국 생활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적인 어려움 다음으로 선수들이 힘들어하는 것은 ‘외로움’이다. 낯선 환경에서 매주 치열한 생존경쟁을 펼쳐야 하기 때문에 외로움은 더 크다.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문화적인 차이도 이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임성아는 “LPGA투어에 한국 선수들이 많지만 필드에서는 모두 경쟁자들이다. 라운드가 끝나면 각자 숙소로 들어가 혼자 생활해야 한다. 당장 짐 싸서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혼자서 운 적도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올 시즌 LPGA투어에 데뷔해 3승을 거둔 신지애(미래에셋)도 “체력적으로도 힘들지만 외로움을 극복하는 게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말했다.


◆해외파 U턴 신호탄=미국이나 일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 가운데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어 하는 선수도 적지 않다. 그러나 ‘실패하고 돌아왔다’는 비아냥을 들을까 두려워 선뜻 실행에 옮기는 선수는 많지 않았다. 더구나 KLPGA투어 시드 선발전에서 탈락이라도 할까 봐 우려했던 것도 사실이다.

임성아는 “미국에서 뛰고 있는 한국 선수들 가운데 상당수가 한국에 오고 싶어 한다. 그러나 주위의 따가운 시선 탓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며 "체면도 중요하지만 LPGA투어 경험을 살려 국내에서 더 잘하면 된다”고 말했다.

홍진주·임성아가 시드전을 통과해 국내 무대에서 화려하게 부활에 성공한다면 해외파들의 국내 복귀는 봇물 터지 듯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KLPGA투어 상금 규모가 커진 것도 해외파들의 복귀를 자극하고 있다. 올 시즌 KLPGA투어에선 상금랭킹 15위 이내에 들면 1억원 이상의 상금을 벌어들였다. 투어 경비도 대회당 150만~200만원으로 외국에 비해 훨씬 덜 드는 편이다.

문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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