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벤처 공동체 활기 더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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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지난 18일 오후 7시 '테헤란 밸리' 의 심장부인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호텔 2층 그랜드 볼룸. '새천년 벤처 교류회' 가 열린 1백평 남짓한 행사장은 유명 벤처기업가와 벤처캐피털 회사 관계자, 정.관계 고위 인사 4백50여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모임을 주최한 한국기술투자 서갑수(徐甲洙)사장도 "테헤란 벤처타운이 형성된 이래 가장 큰 규모의 벤처인 모임" 이라며 놀랐다.

이틀 뒤인 20일 서울 역삼동 '정보 카페' 에선 'T-밸리 클럽' 회원 1백여명의 친목모임이 열렸다. 벤처기업가와 교수.회계사.벤처분석가 등 관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이 모임은 이날 유망 벤처기업 발굴에 관한 화제로 꽃을 피웠다.

이 모임을 주도한 링크인터내셔널의 정혜숙(鄭惠淑)사장은 "테헤란 밸리엔 미국 실리콘 밸리처럼 사람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없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고 이 모임을 구상했다" 고 말했다.

제각각 사무실에 틀어박혀 자기 일만 열심히 하던 테헤란로 일대의 '벤처족' 들이 공동체 구축에 나서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사업환경을 따라잡기 위해선 벤처기술.사업정보 동향을 파악하는 교류의 마당이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 활발해진 벤처 모임〓 '이브' 'IB리그' 와 같은 인터넷 비즈니스와 관련된 모임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한국종합기술금융(KTB)출신의 '화사회' 나 벤처캐피털 종사자의 '삼록회' 도 꽤 알려진 친목모임. 25일에는 국내 대표적 벤처기업인과 관련 인사가 주축이 된 '벤처리더스 클럽' 이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결성된다. 이 모임에는 정문술(鄭文述)미래산업 회장, 이민화(李珉和)메디슨 회장과 남궁석(南宮晳)정보통신부 장관, 한준호(韓埈皓)중소기업청장 등 70여명이 참여한다.

아이디어가 많은 대학생 등 예비창업자(일명 '인터넷 백수' )까지 테헤란로로 몰려들고 있다. 사이버 '벤처파티' 는 이들을 엮어주는 웹사이트(http://www.comments.co.kr)로 전국으로 지역 모임이 확산되고 있다.

테헤란 밸리의 벤처족들을 인터넷 공동체로 묶는 벤처자치구 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정보통신부가 주도해 설립된 한국소프트창업자문은 오는 4월부터 '테크노 밸리'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자체 통신센터와 방송국.쇼핑몰.채용시장 등을 운영해 테헤란로 인근 벤처족들이 현실세계에서 필요한 모든 업무를 가상공간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하자는 구상이다.

◇ 변모하는 테헤란로〓벤처 모임이 활발해지면서 가장 특수를 누리는 곳은 인근 호텔들. 인터컨티넨탈.라마다 르네상스.리츠 칼튼 호텔 등은 교류회나 투자.사업 설명회, 각종 업무 조인식 등 벤처행사로 짭짤한 연회 수입을 올리고 있다.

인터컨티넨탈 호텔의 최용길 연회부장은 "올 상반기중 연회장 예약의 40%는 정보통신 관련 중소.벤처기업 몫" 이라고 전했다. 노타이 차림에 밤을 낮 삼아 일하는 벤처족의 생활패턴은 테헤란로의 빌딩 풍속도까지 바꾸고 있다. 오피스텔이 아닌 임대빌딩들이 벤처기업의 밤샘 근무 편의를 위해 사무실을 24시간 개방하는 일이 늘고 있다. 벤처 1세대인 조현정(趙顯定)비트컴퓨터 사장은 "1980년대 초반 창업할 때만 해도 밤새 여는 사무실이 없어 호텔방을 사업장으로 등록했는데 격세지감을 느낀다" 고 말했다.

벤처인들이 밀집한 곳에 관련 부처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 는 남궁석(南宮晳)정보통신부 장관의 거론에 따라 정보통신부의 이 지역내 청사 이전 이야기도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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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일.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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