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뉴스 따라잡기] 난민소년 놓고 美-쿠바 '줄다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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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쿠바 난민 소년 엘리안 곤살레스(6)의 본국 송환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식지않고 있다.

쿠바 정부는 '명백한 납치' 라며 송환을 끈질기게 요구하고 있다.

23일엔 아르헨티나 축구 영웅 마라도나까지 나서 송환을 촉구했다.

그러나 미국내에선 송환을 막기 위해 엘리안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법안이 의회에서 추진되는 등 첨예한 의견대립을 보이고 있다.

◇ 입국경위〓엘리안은 지난해 10월 23일 어머니.의붓아버지와 함께 모터보트를 타고 쿠바 카르데나스항을 떠나 미국으로 밀입국을 시도했다.

쿠바 난민 13명을 태운 이 배는 엔진고장으로 표류하던 중 전복됐고 엘리안은 구명대에 매달린 채 추수감사절인 26일 마이애미 해안에서 표류 3일만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다른 승선자는 모두 숨졌다.

◇ 난민자격 부여〓미 최대의 명절날, 식인 상어가 득실거리는 바다 한가운데서 구출된 엘리안은 미국인들의 동정심을 불러일으켰다.

미 이민법은 자국땅에 상륙한 사람만 난민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엘리안의 경우 예외를 인정, 난민 자격을 부여했다.

◇ 쿠바 반발〓아바나에 사는 엘리안의 아버지 후안 곤살레스는 "아들을 돌려달라" 며 송환을 강력 요구했다.

쿠바 정부도 이 문제를 유엔에 회부했고 법적 대응절차를 밟겠다며 반발했다.

쿠바 시위대는 아바나 미 이익대표부 앞에서 연일 송환을 요구하는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 미국 대응〓미 이민귀화국은 지난 5일 엘리안에 대한 친아버지의 양육권을 인정, 14일까지 송환을 결정했다.

그러나 엘리안의 미국내 친지들이 불복, 재닛 리노 미 법무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미국에 거주하는 쿠바 난민들도 송환반대 모임을 결성했다.

미 의회 다수당인 공화당은 엘리안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법안의 입법을 추진중이다.

◇ 전망〓엘리안이 쿠바로 돌아갈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 52%는 인도주의적 측면에서도 송환이 마땅하다고 답했다.

시민권 부여 법안에는 대통령의 서명이 필요하지만 클린턴 정부는 송환해야 한다는 쪽이다.

그러나 엘리안 사건을 계기로 미 상원의원들이 쿠바와의 국교정상화를 촉구하는 등 관계개선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어 그가 미.쿠바 관계 정상화의 사절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훈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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