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먼시 밀수사건 中 고위층 연루설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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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중국 정가가 부패 스캔들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상상을 초월하는 부패 규모에다 권력의 핵심층까지 연루된 초대형 부패 사건들이 잇따라 터지며 중국 정가를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특히 중국 건국 이래 최대 규모로 지적되는 푸젠(福建)성 샤먼(廈門)시의 밀수사건은 경우에 따라선 중국 권력구조에 지각변동마저 일으킬 수 있는 핵폭탄으로 알려지며 세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 발단〓지난해 가을 당국은 중국 당원들의 부패와 정치적 비리를 단속하는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요원들을 무려 3백명이나 샤먼시로 보냈다.

호텔 두 곳을 전세낸 이들 요원은 이미 도산한 무역회사 위안화(遠華)그룹이 자동차.전자제품에서 총포와 석유 등 역대 중국 최대인 1백억달러 규모의 밀수에 개입한 혐의를 잡고 조사를 벌이기 시작했다.

조사 대상자만도 장쭝쉬(張宗緖)부시장, 양첸셴(楊前線)세관장, 예지칸(葉記堪)공상은행 샤먼 지점장 등 샤먼시 주요 관리를 중심으로 2백명에 이르렀다.

단순한 초대형 밀수.독직사건으로 끝날 뻔했던 이 사건은 지난달 기율위 관리들이 자신들의 전화를 샤먼 국가안전국이 도청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권력층이 개입된 초대형 부패 스캔들로 비화했다.

게다가 밀수사건의 주요 용의자인 샤먼시 부시장 란푸(藍甫)가 샤먼 안전국장 천야오칭(陳耀慶)의 베이징 소환 직전 황급히 해외로 탈출, 기율위를 충격에 빠뜨렸다.

당시 처장(處長)급 이상 샤먼시 모든 관리들에게 샤먼시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금족령을 내려놓은 상태여서 그의 탈출은 '빽' 이 작용하지 않고선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사 결과 사건 배후에 권력 핵심인 군사위원회 전(前)부주석의 아들과 정치국 위원의 처가 관련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문제의 핵심은 완전히 권력형 비리로 바뀌었다.

현재 베이징 당서기이자 정치국 위원인 자칭린(賈慶林)의 부인이 조사를 받고 있다는 설도 퍼지고 있다.

賈는 푸젠성 당서기로 재직 중 베이징 전시장인 천시퉁(陳希同)이 부패혐의로 숙청되자 베이징으로 올라온 인물로60년대 제1기계공업부 근무 중 江주석과 친분을 쌓아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부주석 등과 함께 중국의 제4세대 영도체제를 구성할 중요 인물로 평가되는 그가 부패와 연결될 경우 江주석에게도 커다란 정치적 부담이 된다.

주룽지(朱鎔基)총리는 현재 하루의 반을, 중앙기율검사위 웨이젠싱(尉健行)위원장은 하루 전체를 이 부패척결에 쏟고 있다.

주룽지는 개혁의 방향을 놓고 江주석과 눈에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이는 인물이어서 이 사건은 자칫 중국 권력층 전체의 갈등으로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 전망〓공안부 자춘왕(賈春旺)부장은 이달초 "3년내 공안부 부패부터 일소하겠다" 고 전인대에 약속했다.

朱총리는 지난 7일 월급을 올려 청렴을 배양한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3년내에 공무원의 월급을 현행보다 2배로 올리는 게 목표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권력 핵심부에 대한 성역없는 수사가 과연 진행될 수 있겠느냐가 관건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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