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하와이서 입적 일타 큰스님 유고집 두권 나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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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하늘의 밝은 해가 참된 마음 드러내니/만리의 맑은 바람 옛 거문고 타는구나/생사열반 이 모두가 오히려 꿈이려니/산은 높고 바다 넓어 서로 침범하지 않네"

지난 해 11월29일 미국 하와이 와불산 금강굴에서 위 임종게(臨終偈)를 직접 쓰고 70세로 입적한 일타(日陀)스님의 유고집 2권이 최근 출간됐다.

도서출판 효림은 일타 스님의 마지막 법문이랄수 있는 '오계 이야기' 와 '불자의 마음가짐과 수행법' 을 동시에 펴냈다.

은해사 조실이면서도 하와이에서 열반한 것은 "다음 생에는 지구상 최강국인 미국에서 태어나 일체중생을 제도하겠다" 는 발원으로 입적 7일 전에 그곳으로 건너갔기 때문.

1942년 양산 통도사로 출가한 일타 스님은 60년까지 전국 선원.강원과 산중에서 정진하다 이후 산을 내려와 교화의 길을 걸었던 이. 일화도 많다.

일타의 친.외가인 가족 41명이 모두 다 출가했다는 것은 석가모니 열반 이후 한 집안 출가 기록으로는 단연 최고다.

애초부터 부처님 될 집안에서 태어난 일타는 49년 비구계를 수지한 후 물처럼, 구름처럼 선지식을 찾아 떠돌았다.

54년에는 오대산 서대에서 혜암 현(現)조계종 종정과 함께 생식을 하며 한 번도 드러눕지 않은 채 한 여름을 보냈다.

이후 적멸보궁에서 7일간 하루 3천배 기도와 연비연향(燃指燃香)으로 '오로지 중노릇만 잘하리라' 고 발원했다.

오른손 네 손가락을 심지 삼아 불을 붙여 무명(無明)을 밝히는 연비는 한밤중에 시작해 날이 밝아야 끝나곤 했다.

55년 태백산 도솔암으로 들어간 일타는 동구불출(洞口不出).오후불식(午後不食).장좌불와(長坐不臥)를 지키며 깊은 산속 높은 봉우리에 올라 6년간 도를 깨쳤다.

산에서 내려온 일타는 30대에 이미 대법사로 추앙받으며 탁 트인 법문으로 중생을 교화해나갔다.

해인사.은해사 주지를 지내고 조계종전계대화상으로 추대돼 모든 승려들에게 계를 주는 중임을 맡아왔었다.

이번 유고집은 그런 일타 스님이 불자들에게는 법이고, 일반에게는 참답게 사는 길을 활달하고 쉬운 언어로 전하고 있다.

'오계 이야기' 는 불교의 근본 계율인 불살생(不殺生).불투도(不偸盜).불사음(不邪淫).불망어(不妄語).불음주(不飮酒)등 각 계율의 연원과 지키는 방법 등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불자의 마음가짐과 수행법' 은 1장에서는 원망하지 말고 인연에 순응하고 분수에 만족할 것을, 2장에서는 행복을 막는 5가지 미혹한 마음과 이를 깨쳐 해탈할 수 있는 염불.참선.간경(看經).주력(呪力)등 불교 4대 수행법을 들려준다.

삶의 진실에 다가서게 하기위해 무엇보다 동서고금의 많은 예화등을 소개하고 있어 일반인도 쉬 친숙해질만하다. 일타 스님은 이 유고집을 통해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이렇게 축원하고 있다.

"무엇이든 하나를 선택해 믿고 정성껏 나아가면 어찌 '나' 라고 못들어가리. 꾸준히 하다보면 문득 삼매(三昧)에 젖어들 날이 있고, 그날이 오면 깨달음의 궁전, 행복의 궁전, 해탈의 궁전에 와 있음을 스스로 느낄 수 있게 된다. 부디 그날이 올 때까지 물러섬 없이 잘 정진하시길 두손 모아 깊이 깊이 축원드린다. "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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