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이 정도는 돼야 ‘그린 스토어’ … 테스코 치탐힐 매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철재 대신 나무 소재=건물을 지을 때 철재 대신 목재를 사용해 1t 이상의 CO2 배출량을 줄였다. 건물 골격 대부분과 외벽을 나무로 꾸민 것. 철재는 생산 과정에서 나무 소재에 비해 많은 에너지가 들어간다. 철재를 쓰지 않는 만큼 CO2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셈이다. 폐점하면 나무는 다시 그린 스토어 매장 건설자재로 재활용된다.

점포 안으로는 자연광이 스며든다. 매장 앞쪽의 유리뿐 아니라 매장 천장의 반투명 패널을 통해서도 햇빛이 들어온다. 마크 코르코스 점장은 “자연광을 최대한 매장 안으로 들여오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자연광이 얼마나 들어오는지를 자동으로 측정해 실내 조명 밝기를 알아서 조절하는 시스템도 갖췄다. 햇빛이 강하면 내부 조명은 어두워지고 그만큼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기가 필요 없는 환기 시스템=뾰족한 모양의 지붕 통풍구를 통해 시원한 공기가 자동적으로 매장 안으로 들어오고 혼탁한 더운 공기는 빠져나간다. 코르코스 점장은 “일부러 환풍 장치를 전기로 돌리지 않아도 매장 내부 온도를 24도 정도로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자연풍을 이용한 환기 시스템으로 점포 전기 요금을 15% 절감했다.

테스코가 점포에서 나오는 CO2 양을 계산해 본 결과 50% 이상의 CO2가 점포 내 냉장고와 냉동고에 사용되는 프레온가스(HFC)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후 테스코 매장은 환경에 미치는 유해성이 기존 프레온가스의 0.1%에 불과한 이산화탄소를 냉매로 활용하는 냉장·냉동 설비를 채택했다. 채소를 담는 용기는 유통 단계의 시작인 산지에서부터 최종 단계인 매장까지 똑같다. 농민이 현지에서 상품을 포장해 용기에 담으면 그대로 고객에게 전달된다. 홈플러스 설도원 전무는 “중간 유통 단계와 매장에서 상품 재포장에 드는 비용과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작은 아이디어의 힘=매장 곳곳에는 사소해 보이지만 의미 있는 친환경 아이디어가 넘쳐났다. 점포 내 각종 안내 표지판과 광고판은 모두 재활용 소재로 만들었다. 의류 매장의 옷걸이에는 쇠가 안 보인다. 옷걸이 전체를 재활용할 수 있는 재질로 만들었다. 매장에선 100% 오렌지 주스를 두 배로 농축해 제품 용량을 반으로 줄였다. 소비자는 농축 주스에 물을 섞어 마신다. 용량이 준 만큼 가격이 저렴해질 뿐만 아니라 쓰레기 배출도 줄어든다.

지붕 위에는 빗물을 저장하는 저장소를 뒀다. 비가 와 물이 고이면 변기용 물로 재활용한다. 매장 안의 전기 설비에서 나오는 열도 버리지 않고 활용한다. 냉장고 등에서 나오는 열로 물을 데워 겨울철에 매장 온도를 높이는 데 쓴다.

재활용센터는 유리·알루미늄·플라스틱으로 된 공병을 처리한다. 고객이 재활용품을 넣으면 자동으로 인식해 유리와 플라스틱은 잘게 부수고 알루미늄은 압축한다. 재활용품의 부피가 확 줄어들기 때문에 트럭 35대가 옮겨야 할 재활용품을 트럭 한 대로 처리할 수 있다.

맨체스터=서경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