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화제] 폴란스키감독, 나치만행 영화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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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차이나타운' '테스' 등으로 유명한 폴란드 출신의 로만 폴란스키 감독(67)이 자신이 어린 시절 경험한 유대인학살을 영화화할 계획이어서 화제다.

1999년 말 프랑스 예술원 회원이 된 폴란스키는 최근 프랑스 제작자인 로베르 벤무사와 손을 잡고 폴란드출신 뮤지션 블라디슬라프 스필만의 삶을 기록한 넌픽션 '피아니스트' 의 영화판권을 사들였다고 발표했다.

'피아니스트' 는 스필만이 1939년에서 45년까지 폴란드에서 나치의 만행을 버텨냈던 생생한 체험을 담고 있다.

미국의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1999년 최고의 넌픽션으로 선정했을 만큼 감동적이다. 폴란스키도 이 기간에 폴란드에서 나치 학정을 목격했기 때문에 '피아니스트' 는 '쉰들러 리스트' 못지 않은 화제작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홀로코스트를 영화화하기 위해 작품을 물색해왔던 폴란스키는 " '피아니스트' 야말로 그 시기 나의 삶에 가장 근접한 작품" 이라며 "너무 감동적이어서 스크린으로 옮기지 않고는 베길 수 없다" 고 말했다.

폴란스키는 올해 말 고국 폴란드에서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제작비는 2천만달러(약24억원). 부모가 유대인인 폴란스키는 파리에서 태어났다.

3세때 가족과 함께 폴란드로 갔으나 몇년 지나지 않아 그의 부모는 유대인 수용소에 갇히고 만다. 그의 어머니는 결국 거기서 눈을 감았다.

인간의 포악성에 치를 떨던 폴란스키의 유일한 낙은 영화감상이었다. 폴란스키는 그후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1977년 할리우드에서 미성년자 추행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프랑스로 도주해 지금껏 프랑스에 거주하고 있다.

그의 최신 작품인 '나인스 게이트' 는 유럽에서 2천5백만달러의 수입을 올렸으며 3월 17일 미국에서 개봉된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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