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으마, 이동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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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7일 호치민 동얏스타디움에서 훈련하고 있다.[호치민=연합]

"이게 무슨 상추밭도 아니고…."

지난 6일 오후 한국과 베트남의 2006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이 열릴 호치민 동얏 스타디움에 들어선 대한축구협회의 한 기술위원은 이렇게 말했다. 잔디라기보다는 잡초에 가까운 풀들이 그라운드에 깔려 있었다. 잎이 넓은 동남아 특유의 '떡잔디'는 매끈한 양잔디에 익숙한 한국 선수들의 발을 자꾸 잡아챘다.

그러나 대표팀 스트라이커로 골 사냥 특명을 받은 이동국(25.광주 상무)은 여유만만한 표정이다. 그는 5년 전인 1999년 1월 이 '상추밭'에서 무려 4골.1도움을 수확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끈 시드니 올림픽 대표팀 멤버로 던힐컵에 출전한 이동국은 팀 최다골로 한국의 우승에 기여했다.

8일 오후 7시(한국시간) 베트남과 일전을 벌이는 한국팀의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 이동국에게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지난달 아시안컵에서 4골을 터뜨리며 화려하게 부활한 이동국은 자신감을 완전히 되찾았다. 1m85㎝의 큰 키에서 뿜어나오는 헤딩슛은 비교적 단신인 베트남 수비진에 큰 위협이다. 안정환(요코하마)과 투톱을 이룰 이동국은 좌우로 크게 움직이면서 좌우 날개 설기현.차두리(프랑크푸르트)와 공격형 미드필더 이천수(누만시아)의 침투 공간을 열어주는 역할도 맡는다. 본프레레 감독은 다섯명의 공격수를 투입해 베트남의 밀집 수비를 뚫겠다는 정공법을 세웠다.

수비형 미드필더는 아테네 올림픽에서 활약했던 김두현(수원)이 맡고, 포백은 이영표(에인트호벤)-박재홍-최진철(전북)-송종국(페예노르트)이 나선다. 골문은 이운재(수원)가 지킨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인 한국은 베트남(94위)과 역대 전적에서 14승6무2패로 절대 우세지만 지난해 10월 오만에서 열린 아시안컵 예선에서 충격의 0-1 패배를 당한 바 있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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