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생명의 기적' 박정훈PD "제가 아기를 낳은 기분이에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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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딱딱한 주제를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보게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

저마다 어려움을 이긴 산모들의 분만 장면을 통해 생명의 존귀함을 돌아보게 한 SBS 3부작 다큐멘터리 '생명의 기적' 에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생명탄생의 과정을 감동적으로 지켜봤다" "출산 전 산모들의 교육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SBS인터넷 홈페이지)등 지난 주말 방송된 2.3부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평은 시청률로 이어졌다.TNS미디어코리아의 집계에 따르면 15일 23.7%, 16일 30.5%를 기록하면서 KBS1 '왕과 비' 와 주말시청률 1.2위를 번갈아 차지, 교양다큐멘터리가 주말시청률에서 오락물을 젖히는 이변을 낳았다.

재미와 감동의 두 마리 토끼를 한 손에 쥔 연출자 박정훈(39)PD는 "나 자신이 아기를 낳은 기분" 이라는 말로 기쁨과 '산고(産苦)' 를 표현했다. 미국.영국.일본.몽골 등 6개국 현지촬영에 걸린 기간만 꼬박 10개월. 언제 나올지 모르는 아기를 기다리느라 몽골에서는 꼬박 1주일을 촬영대기상태로 지내기도 했다.

이처럼 기동성 있는 밀착 촬영에 성공한 데는 조명.카메라 담당이 따로 없이 박PD가 직접 6㎜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나선 1인 제작시스템의 공도 컸다.6㎜디지털 카메라는 일반 방송용 베타캠보다 크기는 작고 화질은 비슷한데다 PD 혼자 촬영한다는 점이 외부노출을 꺼리는 산모와 가족들의 심리적 부담을 덜어준 것.박PD는 또 출산장면의 생생함과 함께 사소한 기형 때문에 낙태를 선택하는 풍토에 대한 문제 제기, 국내 시술률이 40%가 넘는 제왕절개에 대한 비판 등 뚜렷한 주장을 담는 데도 성공했다. "장시간 진통 끝에 제왕절개를 선택한 경험이 있는 시청자들이 서운해하더라" 고 전하자 박PD는 "프로에서 전제한대로 제왕절개는 응급상황에서 꼭 필요한 수술" 이라며 "한때 아기의 머리가 좋아진다는 속설까지 나돌았던 제왕절개가 과연 무엇인지,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주려고 했다" 고 답했다. 시사다큐 '그것이 알고 싶다' 와 '육체와의 전쟁' 등을 거친 박PD 역시 10년 전 자신의 방송편집일정에 맞춰 제왕절개로 첫딸을 낳은 '아픔' 을 안고 있다. "제왕절개를 한 임신부들도 다시 아기를 낳을 때는 자연분만할 수도 있다는 점을 방송시간 관계상 충분히 역설하지 못해 아쉬워요. "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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