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참정권 인정이 대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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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시민단체의 선거 개입에 대해 선관위가 17일 '제한적 허용'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여론을 감안한 고육책(苦肉策)이다.

정치권의 선거법 합의를 둘러싼 '담합 비난' 등 정치 불신이 극심해진 최근 상황도 배경이 된 듯하다.

이날 김대중 대통령이 시민단체의 선거운동을 금한 선거법 제87조의 폐지를 지시한 것도 시민단체 쪽의 손을 들어주는 기폭제가 됐다는 분석.

외국 출장으로 불참한 손봉숙(孫鳳淑).정성진(鄭城鎭)위원을 뺀 7명의 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전체회의에서 "법을 지키는 테두리 안에서 가급적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시민단체들의 영역을 넓혀주자" 는 의견이 주류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 배석한 임좌순(任左淳)사무차장은 "자칫 사이비 시민단체의 난립과 금권을 이용한 후보들의 시민단체 매수 등 부작용이 생겨날 수 있지만 '더 이상 정치권에만 맡길 수 없다' 는 유권자의 요구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 라고 말했다.

선관위가 막판까지 고심했던 것은 어느 선까지를 선거운동으로 보고, 어떤 활동을 단순한 의견 개진으로 볼 것이냐 하는 대목.

위원들은 "특정 후보의 당선.낙선 목적임을 명시한 상태에서 명단 등을 언론을 통해 공표하는 행위는 규제해야 한다" 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특정 단체가 자신들의 설립 취지와 이익에 반하는 입법.공약을 내놓은 후보에 대해 단순히 '○○○에 반대한 의원' 이란 식으로 명단을 내놓는 것은 유권자에 대한 정보제공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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