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 가는 정치] 선관위·시민단체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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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선거법 등 정치개혁 입법 합의안에 대한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다.

시민단체들은 "더 이상 정치권에 기대할 게 없다" 며 규탄 집회를 통한 범국민적 저항운동과 헌법소원 제기를 통한 법적 대응까지 천명하고 있다.

더욱이 총선연대가 20일을 전후해 '공천 부적격자' 명단을 발표키로 한 상황에서 이같은 개혁입법의 후퇴는 시민단체의 '낙천.낙선운동' 에 더욱 힘을 실어주게 될 전망이다.

4백여개 시민단체가 연합한 총선연대는 16일 성명서를 내고 "시민단체가 2년간 줄기차게 요구해온 정치개혁안을 외면한 것은 정치인들이 개혁 대상으로 전락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 이라며 "구시대적인 정치인을 청산하기 위한 낙천.낙선운동이 시대적 요구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됐다" 고 말했다.

총선연대 최열(崔冽) 상임공동대표는 "여야 합의안은 의원수와 선거보조금을 줄이라는 국민 요구와는 완전히 거꾸로 된 것" 이라며 "선거구도 원칙없는 나눠먹기식 획정의 전형" 이라고 비판했다.

崔대표는 "낙선운동 대상자 수를 확대하는 한편 금명간 대대적인 범국민 규탄집회를 열겠다" 고 밝혔다.

경실련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 "선거구 인구 상.하한선도 정치인들의 이해득실에 따라 현행 7만5천~30만명을 유지키로 결정함으로써 지역구 의석수가 5석이나 늘어났다" 며 "지역구도 희석이라는 취지 자체를 무색하게 만드는 반개혁적 합의" 라고 비판했다.

또한 경실련은 "인구 기준도 지난해 12월말이 아니라 9월말 집계를 적용, 부산 남갑.을의 통합을 막고 전남 곡성-구례와 경남 창녕의 선거구를 유지시키는 등 '게리맨더링' 의 극치를 보였다" 고 맹비난하고 "가급적 최근 인구 기준으로 하는 원칙을 무시한 것은 여야의 선거구 획정이 나눠먹기식으로 이뤄졌음을 입증한 것" 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경실련은 "정치개악안이 즉각 철회되지 않을 경우 헌법소원 등 모든 법적 대응을 강구하겠다" 고 밝혔다.

정치개혁시민연대 김석수(金石洙)사무처장은 "정치개혁의 의미를 찾아보기 어렵다" 며 "민의에 따라 의원수를 줄이고 시민단체의 정치참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다시 논의돼야 한다" 고 말했다.

총선 참여를 준비 중인 군소 정당들도 여야 합의안을 일제히 비판했다.

희망의 한국신당(가칭) 김창영(金昌榮)대변인 내정자는 "정치개혁 차원의 조치들이 오히려 후퇴했다" 며 "총선에서 기성정치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질 것" 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가칭) 이상현(李尙鉉)대변인도 "국회의원들이 신진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봉쇄조항을 두는 바람에 선거법이 만신창이가 돼 버렸다" 고 말했다.

한편 선관위 관계자는 "정당명부식 1인2표제가 권역이 아닌 전국단위로 되면서 지역정당 탈피의 의미가 반감됐으며 선거 국고보조금 인상도 지나친 감이 있다" 고 평가했다.

한편 선관위는 투표용지가 2장으로 늘어남에 따라 새 투표방식에 대한 대국민 홍보와 투.개표 관리 인력 및 비용 확보 등을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문경란.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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