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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도는 민방위 上] 재조정 필요한 조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선진국에선 재난을 하나의 개념으로 다뤄 담당 정부조직이 하나다.

그러나 우리는 민방위대가 전쟁.인위적 재난.자연재해 등 모든 경우에 대응한다고 해놓고는 인위.자연재난 대응 법률을 따로 만들고 기구도 별도로 둬 대응능력이 떨어지고 재난 발생시 책임소재마저 불명확해질 수 있는 소지가 있다.

당초 민방위기본법은 전쟁.재난.재해 모두를 포괄하는 법이었으나 1995년 이후 재난.재해 대책업무를 강화한다며 재난관리법.자연재해대책법이 별도로 제정돼 민방위 기능 관련 법이 3개로 늘었다.

이에 따라 중앙정부에는 중앙민방위협의회(민방위기본법)외에도 중앙안전대책위원회.중앙긴급구조본부(이상 재난관리법).중앙재해대책본부(자연재해대책법)가 만들어졌다. 시.도 및 시.군.구에도 이에 해당하는 각각의 지역기구가 4개씩 설치돼 있다.

하지만 이들 기구는 우선 사람들이 겹친다.

국무총리는 위원장으로 중앙민방위협의회나 중앙안전대책위원회를 지휘하고 장관이 맡는 위원직도 거의 중복된다. 시.도지사나 시장.군수.구청장은 4개 기구의 위원장.본부장을 동시에 맡고 위원들도 대개 중복된다.

산하 기구에 가면 중복현상이 더 심화된다. 행자부 산하 중앙재해대책위원회는 중앙민방위협의회의 방재분과위원회 기능을 한다. 중앙안전대책위원회 산하 조직인 지역안전대책위원회는 중앙민방위협의회 산하 지역민방위협의회의 재난관리분야를 각각 맡게 돼 있다. 말하자면 중앙민방위협의회나 중앙안전대책위원회는 조직을 같이 쓰면서 이름만 달리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민방위 대원 A씨는 중앙민방위협의회나 중앙안전대책위원회 어느 조직의 이름으로도 동원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기반조직인 민방위대가 교육.조직.예산 문제로 허술하다보니 어떤 조직이 이용하더라도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행자부 민방위기획과 관계자는 "민방위대가 교육.훈련이 제대로 안돼 있어 막상 어느 쪽으로 동원돼도 맡길 일이 별로 없다" 고 말했다.

현재의 재난대비 조직.구조는 비상상황에 신속히 대처하는데 필요한 단순 명료한 조직체계 및 총괄 조정통제기능 확보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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