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을 달린다] '발해탐사대'대장 방의천씨등 5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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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진정 나에겐 단 한가지 내가 소망 하는 게 있어/갈려진 땅의 친구들을 언제쯤 볼 수 있을까…'

1990년대 중반 서태지와 아이들의 '발해를 꿈꾸며' 가 전파를 타고 흘러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

은 "왜" 라는 의문을 던졌다. 급변하는 세상을 따라잡기도 힘든 마당에 하필 고리타분한 '발해' 인가.

"발해는 고구려의 위상과 기개에 맞먹는 우리 민족의 자랑스런 역사입니다. 그러나 발해에 대한 연구와 관심은 아직까지 미미합니다. "

그런 의미에서 새천년에 발해의 부흥을 다시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

'2000년 발해 뗏목 탐사대' 의 방의천(方宜天.43).신영재(31).주재용(朱宰鏞.30).주성종(38).서상대(21)씨 등 5명이 그 주인공.

이들은 오는 3월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을 출발, 당시 발해와 신라간 해상항로를 따라 부산까지 뗏목 탐사에 나선다.

발해 해상교역로 탐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지난 1998년 1월 발해 건국 1천3백년을 기념해 네명의 대원이 시도했으나 일본 연안에서 갑작스런 기상 변화로 뗏목이 전복돼 전원 사망했다.

"설악산에서 인명구조일을 하고 있다가 사고 소식을 들었습니다. 순간 제가 다시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

方씨는 이 때부터 발해 역사를 공부하고 전문가들 의견을 모으면서 대원들을 규합하기 시작했다. 서울대 해양학과 대학원에서 바람과 해류를 연구하는 申씨는 책으로만 익혔던 각종 이론들을 직접 실험해볼 계획이다.

목포해양대 1학년생인 서상대씨는 전공을 살려 장비 담당을, 개인사업을 하는 주성종씨는 촬영과 의료담당을 맡았다. 마지막에 합류한 주재용씨는 스킨스쿠버.요트 강사라는 직업답게 항해를 전담한다.

30일내 완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方씨는 "아직 고증은 되지 않았지만 발해와 신라간에 4건의 해상 교역이 있었다고 한다" 면서 "이번에 이 가설들을 사실로 확증해보겠다" 고 강조했다.

범선처럼 돛을 달아 편서풍을 이용, 남진하게 될 이번 뗏목은 러시아 현지에서 건조되고 있다. 길이 14m, 너비 7m로 하루 80㎞를 이동할 수 있다. 제작 비용은 1천만원.

"발해에 대한 정부차원의 연구가 미비한 상태입니다. 발해 탐사도 사실은 개인이 아닌 정부당국이 나서야 할 일이라고 봅니다. "

총 1억여원에 이르는 비용 마련에 고심하던 이들은 요즘 스폰서로 나서는 사람들이 생겨 생기를 찾고 있다. 대원들은 "이번 해상 교역로 일주에 반드시 성공해 어려운 국민에게 시련을 이겨내는 법을 보여주고 싶다" 고 힘주어 말했다.

탐험은 도전이다. 그리고 국민들의 도전이 계속돼야 나라가 발전한다. 탐사대원들의 눈빛은 이러한 투지로 빛났다. 0344-962-7854

글〓박지영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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